[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4·13 총선 민심에 대한 답(答)을 제시했다. ‘협력’과 ‘소통’이다. 박 대통령의 독선(獨善)에 대한 심판이 새누리당의 참패로 이어진 의미를 정확히 읽고 그에 따른 해법을 내놓은 것이다. 정확한 진단이고 간결한 솔루션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4월 24일 첫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어제 간담회는 취임 후 두 번째다. 무려 3년만이다. 그만큼 국민과의 ‘소통’을 소홀히 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 것도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에야 간담회를 가졌다. ‘소통’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절감(切感)했을 것이고, 그 회오(悔悟)가 “남은 임기 동안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잘 반영해 변화와 개혁을 이끌면서 각계각층과 협력과 소통을 잘 이뤄나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 하겠다”는 다짐으로 나타난 것이다.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 원인은 많다. 선거를 책임진 김무성 대표의 책임이 크다. 선거 전략도 없이 ‘상향식 공천’에 목을 맸고, ‘살생부’ 발언으로 당을 발칵 뒤집었고, 막판에는 ‘옥새 파동’으로 관 뚜껑을 닫았다. 윤상현 의원의 막말도 김 대표의 살생부 때문이다.
청와대 힘으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이한구 의원은 ‘공천권’이라는 칼자루를 손에 쥐자 난도질에 나섰다. 유승민 의원이 당의 정체성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면서 공천 배제를 결정하지 않은채 질식시키기로 작심함으로써 청와대와 ‘친박’ 전체가 ‘악마’처럼 비치게 만들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한 부분이 없지 않을 것이다. ‘공천학살’은 역대 집권자가 예외없이 단행한 권력 다지기이다. 가깝게는 8년 전 박 대통령의 ‘친박’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공천학살’을 당하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방식에서 박 대통령과 친박의 공천은 ‘진박’을 꽂아 넣는 엽기의 상징으로 비쳐졌다.
역대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대부분 실정(失政)이나 친인척 비리 때문이었다. 이 점에서도 박 대통령은 아쉽게 여길 수 있다. 경제가 어렵다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가 없다. 미치광이 북한을 상대하면서 안보와 경제 두 바퀴를 굴려가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특히 박 대통령은 역대 집권자가 확실히 망친 친인척 비리는 철저히 막고 있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박 대통령도 지금 쯤 서울구치소에 친인척이 들끓어야 옳다. 그러나 그런 비리는 들리지 않는다. “국정을 맡은 후로 어떻게든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제2변화와 제2도약도 이루면서 안보도 챙기고 모든 힘을 쏟으면서 살아왔지만 아쉬운 점이 참 많다”고 한 것은 이런 회한(悔恨)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4·13 총선 참패 원인제공자로 지목돼 고개를 숙여야 했다. 총선 참패로 끝난 게 아니라 ‘여소야대’로 남은 임기를 험난하게 보낼 수밖에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이 뒤늦게 후회한 ‘협력’과 ‘소통’이다.
박 대통령은 안팎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김정은은 체제붕괴를 핵무기로 막겠다고 거의 발광상태다. 경제가 나아질 기미도 좀체 보이지 않는다. ‘여소야대’는 정부의 경제활성화와 구조조정의 장애물이 되기 시작했다. 대북 제재로 결단한 개성공단 폐쇄를 무효화하겠다고 야당이 벼르고 있다. 다 망해가는 김정은이 머리를 쳐들지 모른다. 박 대통령에게 남은 것은 ‘협력’과 ‘소통’이다. 시간이 걸려도 ‘협력’과 ‘소통’으로 국정을 이끌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어제 언론인 간담회는 ‘협력’과 ‘소통’을 박 대통령과 국민이 공감한 귀한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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