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은 집’ 황정민
첫 공포영화 도전…진짜 공포 그리기 위해 고민했던 시간
참 만만찮은 작업이었나 보다. 연기 잘한다고 인정받는 배우 황정민<사진>에게도.
장르 구별없이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왔던 황정민이
21일 개봉하는 `검은 집’(감독 신태라, 제작 CJ엔터테인먼트)으로
공포 스릴러 장르에 첫 도전했다.
어린 시절 병약한 동생을 자살로 내몰았다는
죄의식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보험 사정원 전준오 역이다.
그는 사람을 죽여도 아무런 죄의식조차 갖지 못하는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연쇄살인범과 맞닥뜨린다.
정통 공포 스릴러와 처음으로 맞닥뜨린 황정민은 인터뷰 시작부터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막상 해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정말 쉽지 않더군요. `사생결단’에서의 연기가 오히려 쉬웠죠. 지금까지와는 뭔가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싶었는데 (공포 장르가) 수학 공식과도 같은 게 있었습니다. 여기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들었구요. 까놓고 말하자면 우리 역량이 이것 밖에 안된다는 걸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다만 우리 입장에서는 최대한 할 수 있을 정도로 해서 (관객에게) 내놓자고 한거죠.”
뭔가 다른 무언가를 찾는 것. 그걸 위해서 과감히 도전했고 “일반 시사회 반응은 썩 괜찮아 다행”이라면서도 감독과 배우 등 제작진에게는 힘든 벽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몇 년 전 일본 원작 `검은 집’을 재미있게 봤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지고 시나리오가 제게 온 것을 보면서 `작품은 인연’이라는 평소 제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이는 `검은 집’과의 인연이다. 그러나 그가 이 영화를 택한 건 보다 큰 욕심 때문이었다.
공포 스릴러는 영화 장르에서 늘 새로운 시도가 있어온 의미있는 실험 장르이면서 지극히 상업적인 면이 주로 드러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황정민도 배우로서 의미있는 실험을 해보고 싶었나 보다.
“어렸을 때부터 스릴러 영화를 보면서 왜 우리나라에는 잘 빠진 공포영화가 없을까 생각했죠. 배우가 된 이후에도 마치 공포영화는 여름용 기획상품처럼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계속 남아있었습니다. 제대로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 그런 목마름이 분명히 있었죠.”
그렇게 나름대로 큰 꿈을 갖고 시작했기에 막상 촬영 중 느끼게 되는 벽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듯 하다.
“멜로나 휴먼 드라마는 우리도 나름대로 다양한 모델이 있는데, 스릴러물은 교과서적인 표본이 없어요. 감독, 촬영감독, 조명감독, 프로듀서, 저, 이렇게 매일 모여 고민하고 이야기했습니다.”
마치 현실에서 벌어질 것만 같을 때 공포감은 배가된다.
사이코 패스라는 질병이 우리에게 너무 낯선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다. 굉장히 현실적인 소재”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자식이 부모를 죽이면 그저 미친 놈 취급합니다. 그러나 영화를 준비하면서 자료를 살펴보니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자료가 참 많았어요. 철저하게 현실성을 갖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야만 관객이 현장에서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니까요.”
그러나 문제는 두려움이라는 감정 자체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느낄 수 없을 뿐더러 사랑이라는 감정과 달리 스스로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 있었다.
배우로서 그의 고민은 깊어졌다.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가 대단히 정형화됐지만, 그래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 힘들겠지만 어쨌든 그 감정을 살짝 보여주느냐, 정공법으로 보여주느냐 선택해야 했습니다. 정공법을 택하는 영화가 많은데 그렇다면 그 나름대로 미덕이 있을테니 그걸 믿고 나가자고 했죠.”
책이나 시나리오 등 글로 표현될 때는 `뒷목이 서늘하게’ `소스라치게’라고 쓰면 그 뿐이지만 도대체 이를 연기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막막하기도 했다.
더욱이 전준오는 동생에 대한 죄의식을 여자친구에게조차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한 채 살아왔던 남자.
“전준오를 연기하면서 밋밋하게 가자고 했어요. 처음 생각했던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게 힘들었습니다. 막상 시사회때 보니 남이 누가 뭐래든 `참 잘했다’ `잘했던 것 같다’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선을 넘지 말자고 했는데 그건 지켜진 것 같았거든요.”
첫 도전에서 느낀 것도, 배운 것도 많았다. 그리고 그는 “절대 아쉬움은 없다. 아쉬웠다면 그 때 바꿨어야 했다. 할 수 있는 대로 최선을 다했다.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그게 안됐다면 그건 역량이 안됐을 뿐”이라고 솔직하고 결연하게 말했다.
그의 말을 듣다보면 `검은 집’이 마치 한참 모자란 영화인 듯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 만큼 그가 이 장르에 쏟았던 애정과 개인적으로 품었던 기대치가 있었기 때문.
자신도 그걸 느꼈음인지 “일반 시사회에서 평점이 꽤 높았다. 그래서 다행”이라는 말을 인터뷰 시작과 말미에 했다.
황정민은 히치콕의 작품 세계를 가장 적확하게 오마주했다는 평을 듣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드레스드 투 킬’을 가장 인상깊게 본 작품으로 꼽았다. “스릴러인데도 그처럼 섹시한 영화가 또 있을까”라며.
그는 마지막으로 진심을 다해 말했다.
“부디 좋은 감독들이 스릴러 장르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해요. 영화를 주무를 줄 아는 분들이 한다면 저보다 훨씬 더 역량있는 배우들이 또 도전에 나설 거니까요. 저 역시 이번 작업으로 분명히 쌓인 게 있습니다. 다음에 작업할 때는 이것보다 훨씬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하고요. 또 도전해보겠냐구요? 당연하죠. 당연히 제가 꽂히면 1만2000프로 할 겁니다.” /연합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