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처벌 강화보다 사회적 논의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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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처벌 강화보다 사회적 논의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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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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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낙태수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던 정부가 의료계와 여성계 등의 반발에 직면하자 당초 방침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8일 “불법 낙태수술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은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구체적인 행정처분의 대상 및 자격정지의 기간은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불법 낙태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포함해 처벌 기준을 기존의 자격정지 1개월에서 자격정지 최대 12개월로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당초에 이 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게 된 것은 의료인의 환자 성추행, 무분별한 수면마취제 투여, 무허가 의약품 사용,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과 같은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실효성 있게 규제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의료현장에서 이 같은 비위가 잇따라 문제가 된 시점에 정부가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유형을 세분화하고 행정처분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마련한 것은 합당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비도덕적인 진료행위’에 불법 낙태수술이 끼어들었다. 의료계나 여성계가 황당해 하면서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불법 낙태수술 문제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다. 현행법에서는 본인 또는 배우자의 유전적 정신장애,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이나 강간,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또는 산모의 건강이 우려되는 경우 등 예외를 제외하고는 낙태가 모두 불법이다. 합법적인 낙태도 임신 24주 이내에만 가능하다. 법대로라면 극히 드문 경우이어야 할 낙태수술이지만 실제로는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가임기 여성 가운데 20%가량이 낙태수술을 경험했으며 그 사유도 대부분 법에서 규정한 허용요건과는 무관하다는 통계도 있다.
낙태문제에 관한 한 우리 사회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위반자를 방치해서 현행법이 사문화 하도록 내버려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엄격히 법을 집행하는 것도여의치 않은 지금의 상황은 분명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해당사자들의 의견도 제대로 들어보지 않은 채 법이 허용하지 않는 낙태를 환자 성추행이나 수면마취제 남용과 같은 틀로 묶어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분란만 키울 뿐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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