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왕년의 인기 개그맨 ‘배추머리’ 김병조가 유행시킨 말 중에 “지구를 떠나거라”란 게 있었다. 코미디 대사 중 사람됨이 좀 시원찮거나 욕 먹을 행동을 보이는 상대방더러 ‘없어져 달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삽시간에 나라 안을 휘돌았고 한동안 우리 사회에서 세력 강한 유행어가 되었다. 점잖은 사람이나 입심 험한 사람이 따로 없었다. 노인이나 젊은이나 모두가 한번쯤은 써보았을 말이 되었다. 지금도 한국어를 쓰는 사람이라면 언어생활 중에 종종 듣고 보고 하는 말이다.
사람의 몸뚱이는 죽어서도 떠날 수 없는 게 지구다. 지구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삶도 죽음도 있을 수가 없다. 혹여 죽은 뒤 영혼이 있어 구구만리 허공중을 떠돌게 되는 거라면 지구를 떠났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림자를 지닌 육신은 결코 지구를 떠날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오늘날 우주선을 타고 일시 지구를 벗어났던 사람이 사고로 귀환하지 못한다면 그건 지구를 떠난 것이 될 수는 있겠다 싶기도 하다. 각설. 인간이 지구를 떠나 다른 천체에서 살 수 있을까?
당대 최고의 우주론, 천체 물리학자로 불리는 호킹 박사다. 하지만 옥스퍼드 강의에서 ‘지구가 인류에게 줄 시간은 천년뿐’이라고 한 얘기는 행성 폭발 따위의 천체과학적 예언은 아닌 것 같다. 보도 문장의 맥락으로 보아 지구상의 재해, 핵전쟁, 인간이 만든 바이러스, 인공지능 등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인류에 대한 걱정인 듯하다. 현존 인간들이야 백년 이내에 다 사라질 거지만 우주의 시공 속에서 천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과학이론에서 허튼소리를 해온 사람이 아니기에 듣기가 섬뜩해지는 스티븐 호킹의 경고 ‘지구를 떠나거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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