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하다면 경찰 조사에 응해야
  • 경북도민일보
떳떳하다면 경찰 조사에 응해야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9.0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악법도 법이다’. 소크라테스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일본의 법철학자 오다카 도모오가 출판한 책 ‘법철학(法哲學)’에서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든 것은 실정법을 존중했기 때문이며, “악법도 법이므로 이를 지켜야” 한다고 한 게 소크라테스가 말한 것으로 와전됐다. 물론 신을 모독했다는 죄로 감옥에 갇힌 소크라테스는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독배를 마시며 떳떳한 죽음을 선택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악법이지만 그래도 법을 지킨 것이다.

2019년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의 충돌 사태와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 정치권의 추태는 목불인견(目不忍見) 그 자체다.

16일부터 고발된 국회의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야당 탄압이라며 조사에 불응하고 있다.

경찰은 채이배 국회의원 감금사건 등으로 고발된 13명의 한국당 의원들에게 이번 주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엄용수, 여상규, 이양수, 정갑윤 의원 등 4명은 이미 한 차례 경찰 조사를 거부했기 때문에 두 번째 출석 요구인 상황이다.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게 되면 체포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국회의원의 경우 회기 중에는 불체포 특권이 있어 경찰의 소환 조사를 계속 거부해도 별다른 방법은 없다.

이번 소환 통보 대상에는 김규환, 김정재, 민경욱, 박성중, 백승주, 송언석, 이만희, 이종배, 이은재 의원 등 9명이 새롭게 추가됐다.

한국당에서 소환 통보를 거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야당을 망신주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명백하고 여당과 호흡 맞춰가듯 하며 진행되는 불공정한 수사라면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찰이 줄소환으로 야당의원을 겁박, 정권의 야당탄압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아무리 짓밟아도 새벽이 올때까지 한국당은 투쟁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정국 과정에서 벌어진 채이배 의원 감금사태는 정치권이 스스로 자초한 사건이다. 정치권이 자신들이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무시하고 동물국회로 회귀했다고 벌어진 자업자득 사건일 뿐이다. 따라서 나 원내대표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국회선진화법을 어겨 고발당한 사람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구나 국회선진화법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이 주도해 만든 법안이다.

경찰이 접수한 패스트트랙 충돌 관련 고소ㆍ고발은 모두 18건이나 되고, 피고소·피고발 현직 국회의원은 한국당 59명, 민주당 40명 등 총 109명이나 된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정치적 해결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불법 행위에 대해 정치적 타결을 주장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대단히 잘못 짚었다.

소크라테스는 악법에도 법체계를 지키기 위해 독배를 마셨다. 악법도 아닌 국회선진화법을 따르지 못하겠다면 그들은 이미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독재자들일 뿐이다. 법은 누구나 지키라고 있는 약속이다.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당장 경찰 조사에 응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