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하늘은 복잡하다. 항공로가 붐빈다는 게 아니다.얽히고 설킨 공중 가설선이 어지러울 지경이라는 이야기다. 전기선은 기본이고 여기에 갖가지 선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하늘에 그물을 펼쳐놓은 형국이다. 아무리 현대사회의 특징이 네트워크라 하지만 이 정도로 질서가 없대서야 첨단과학도시를 자부하기엔 낯이 뜨겁다.
전선 정리의 정답은 땅 속에 묻는 것이다. 지중화의 중요성은 포항시도, 한국전력도 모두 잘 인식하는 사항이다. 그러면서도 뭉그적거리고만 있다. 포항시내 전봇대 4만1731개에 940㎞에 이르는 전선이 가설돼있다. 묻은 것은 165㎞뿐이다. 어림잡아도 공중 가설은 6갑절에 가깝다. 그만큼 할일을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포항시는 박승호 시장 체제 이래 도시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지중화에도 속도를 내야한다. 해마다 연말만 되면 멀쩡한 도로를 팠다가 메우면서 무엇을 묻었는지 다시한번 파보고 싶을 지경이다. 한전은 돈 많기로 소문난 기업이다. 실제가 그렇다.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다 쓰느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드는 것을 탓할 수가 없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늑장이면서 전기료는 왜 해마다 꼬박꼬박 올리는지도 궁금하다.
전기는 현대 생활의 필수 요소다. 그럴수록 소중히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더구나 부실한 관리로 안전사고까지 일으킨다면 그 책임은 막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도 감전 사고와 화재 사고는 수시로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전기가 주민을 위협하는 흉기로 둔갑한 꼴이다. 주민들은 뒤엉킨 전선을 보면 “겁이 날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이야기다.
더욱 불안한 것은 주택 밀집 지역에 전봇대와 불량 전선이 많다는 사실이다. 불량한 배선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연도별 지중화 목표라도 있기는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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