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그물’로 고래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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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그물’로 고래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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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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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공식화하자 곳곳에서 찬반과 갑론을박 등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N. 로렌츠의 이론. 즉, 통상적으로 아주 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는 엄청나게 큰 효과를 가져온다는 의미다.

쿠팡의 예상 시가총액은 55조 원 규모. 국내 유통 강자 이마트의 11배 수준이다. 큰 화제의 주인공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소셜커머스 상위 글로벌 전자 상거래(E-Commerce) 웹사이트다. 또 ‘신의 한 수’로 평가받고 있는 쿠팡의 ‘로켓배송’, 모든 주문이 전국적으로 당일배송이 되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상장 신고서를 통해 코로나19, 북한 이슈 등과 함께 한국의 규제를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전자상거래의 판을 바꾼 게 ‘쿠팡’이다. 카카오톡에 이어 한국의 모바일신화에 도전하는 기업이다. 즉, 이제 배달 전쟁의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초읽기가 시작된 셈이다. 쿠팡은 2010년 하버드대를 졸업한 미국 국적의 김범석 의장이 창업했다. 그는 “모바일 상점이 곧 오프라인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측과 “시장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에 경영초점”을 두고 있다. 늘 큰 도약을 위해서는 빨리 실패하는 것을 주문하고, “똑똑한 개인은 평범한 다수가 합의해서 내놓는 결론을 따라갈 수가 없다”는 융합(融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영철학으로 유명하다.

창업 3년 만에 연간 거래액 1조 원을 기록, 2015년 2월에 전 세계 1조 클럽에 포함됐다. 2017년에는 최대규모의 물류센터 설립과 배송 시스템의 지속적인 개선으로 인해 업무 효율이 크게 상승했다. 2019년 거래액은 17조 771억 원. 2020년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2021년 현재 누적 적자는 약 4조 2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성장하고 있는 음식배달사업 확대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로 2019년 배달 앱 시장에 뛰어든 쿠팡은 공격적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그 결과 기존 3위 업체인 배달통을 제치고 1위 배달의민족과 2위 요기요를 빠르게 추격하는 형국이다.

쿠팡이 미국 증시로 직행한 까닭은, 한국의 규제 때문이 아닐까?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13조 2500억 원, 적자는 5842억 원 규모다. 로켓배송에다 코로나19 여파로 급격한 성장과 함께, 고의적으로 시설 투자를 늘리며 적자를 키웠다는 견해도 있다. 적자기업의 상장은 국내서도 가능하지만, 쿠팡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의 조달에는 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혁신기업과 특허기업의 기업가치를 중시하는 미국 증시에 직행한 이유는? 무엇보다 자금 조달에 유리하다는 견해다. 그 이유는 한국보다 규제를 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요인으로 꼽힌다. 상장 절차는 국내보다 더 까다롭지만, 차등의결권(差等議決權) 등을 보장하는 만큼 경영권 방어가 가능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뉴욕증시에 상장되면, 실제로 김의장은 1주당 일반주식의 29주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갖게 된다. 금융감독기관의 제재는 물론 기업가치 적정성 등의 논란을 피하기 위한 시각도 있다. 누적 적자로 자본금이 계속 소진되어 2019년 금감원으로부터 자본금 확충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제조달한 자금을 가지고 한국 시장으로 들어온다면, 더 많은 투자 활동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의 롤모델은 미국 아마존이 아닐까? 미국 증시의 상장으로 마련한 투자금으로 M&A를 통한 오프라인 강화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도 지배적이다. 무려 3조 원을 투자한 소프트뱅크그룹 손마사요시(손정의) 회장도 ‘대박’이 기대된다. 대박 난 쿠팡 뒤에는 만지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는 ‘미다스(그리스어: Μιδα?)의 손’이라 불린 손회장의 안목이 있었다는 평가다. 쿠팡은 패키징(packaging) 및 보관용의 풀필먼트센터(fulfillment center)와 자체 배송용 트럭과 인력 등을 통해 배송의 첫 단계부터 최종 배송지에 상품이 도착하는 단계까지 모두 자체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정부와 여당이 쿠팡과 네이버, 카카오와 배달의 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별도 규제를 추진 중이다. 해당 규제는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미국 상장을 결정한 쿠팡이 한국의 규제를 사업의 ‘위험요인’ 중 하나로 꼽은 가운데, 새로운 규제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 학계와 경제계에서는 다양한 비판(批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기준은 종종 해산물을 잡는 그물망의 기준과 같다. 멸치잡이와 고래잡이의 그물망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왜 쿠팡이 미국 증시의 상장을 준비한 것일까? 전봇대 규제의 교훈처럼, 또 뜨거워지는 쿠팡의 찬반(贊反) 냄비가 식기 전에 다시 한번 ‘규제의 사다리와 그물망’을 세심하게 재점검해야 한다. ‘규제(規制)’의 순기능과 역기능, 양 날개의 균형을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왜냐하면, 규제는 종종 ‘디딤돌과 받침돌’, ‘징검돌과 버팀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멸치 그물망으로 고래를 잡을 수는 없지 않은가? 쿠팡이여, ‘조금은 비겁해 보여도 괜찮은 이해득실의 지혜’는 필자가 감히 용서(?)하겠소만, 부디, ‘미소 속에 숨겨진 칼’이 아니기를 바라는 맘 진심으로 간절할 뿐이요. 김영국 계명대 벤처창업학과 교수·경영학박사·Saxopho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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