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림 진보’냐 `새로운 진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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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림 진보’냐 `새로운 진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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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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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통합신당 대표의 정치실험
 
    뉴스앤뉴스
 
 정치판이 요상하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인사들이 정치판을 주름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총재, 선후보를 지낸 이회창 씨가 대선 직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니 낙선하자 자유선진당을 만들어 당수로 취임했다. 또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세불리를 절감하고 탈당해 범여권에 합류한 손학규 씨가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당 얼굴들만 보면 한나라당판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통합신당을 `한나라당 2중대’ , 자유선진당을 `한나라당 3중대’라 일컫고 있다. 한나라당은 `1중대’ `본부중대’에 해당되는 셈이다.
 이회창 씨는 그렇다 치자. 세 번씩 대선에 출마해 낙선하고도 야당을 하겠다고 나선 그 의 두꺼운 얼굴이 뻔뻔스럽지만 정통 보수주의자로 보수 정당을 만들어 당수가 됐으니 일단 자기 노선에는 충실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손학규 대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가 `진정한 진보’를 주창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과연 손 대표가 `진보’인지, 그리고 그가 386들의 `본거지’인 통합신당을 이끌 자격이 되는지, 또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좌파에 명함을 새길 위치인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가 범여권에 합류한지는 6개월도 안되지만 그가 한나라당에 몸 담아온 세월은 무려 15년이 넘기 때문이다.
 범죄 집단의 돈세탁과과 달리 정치인은 아무리 세탁 과정을 거쳐도 한 번 까마귀는 영원한 까마귀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 특히 손학규 씨 얼굴에 새겨진 주홍글씨가 너무나 선명하다. 그는 국회의원과 장관, 도지사 등 온갖 영화를 누리게 해준 옛 집(한나라당)에 저주의 독설을 퍼붓고 떠났다. 누워 제 얼굴에 침을 뱉음으로써 국민들 마음에 정치인에 대한 환멸을 심어준 사람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이회창 신당, 손학규 신당을 통틀어 한나라당 1, 2, 3 중대라는 자조적인 말이 생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신당 사람들에게 그는 별 수 없는 이방인이고, 국민들에게는 변절자, 배신자, 철새라는 이미지가 심어져 있다. 
 손 대표는 지난 10일 취임 한 달을 맞아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장미 한 송이씩을 건넸다. 손 대표는 양복 윗주머니에 장미를 달고 당산동 당사 기자회견장에 등장했고, 기자들과 당직자 50여 명에게 붉은 장미 한 송이를 선사하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장미를 선물하며 “새해에는 새로운 기분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덕담을 건넸다. 손 대표가 깜짝 이벤트를 선보인 데 대해 당내에서는 손 대표 자신이 내세운 `새로운 진보’를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손 대표가 새로운 진보의 모델로 영국 노동당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내세웠던 `제3의 길’을 꼽고 있으며,  블레어 전 총리는 1986년 신 노동당(New Labor)을 주창하며 노동당의 엠블럼을 붉은 깃발에서 붉은 장미로 바꿨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새로운 진보 노선에 입각한 총선 전략과 관련, 영국 노동당의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손 “매니페스토, 정책비전으로 승부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영국 노동당처럼 100만 부가 팔릴 수 있는 매니페스토 책자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손 대표는 `진보’의 길로 들어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붉은 장미’는 영국 노동당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프랑스 사회당의 상징이기도 하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1997년 대선 당시 `붉은 장미’로 자신을 상징해온 것만 봐도 `붉은 장미’는 `사회주의’ 또는`진보’와 동렬이다.
 손 대표가 `진보’ 노선으로 진입한 이상 그는 작년 12월 대선에서 사실상 `축출’된 진보-좌파를 재건해야 할 짐을 졌다. 지금의 분위기로는 통합신당이 4월 총선에서 50석 정도의 의석을 차지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거의 전멸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오직 믿느니 호남뿐이다. 그건 김대중에 의지해야한다는 얘기다. 그건 `새로운 진보’도 아니고`제3의 길’이 아닌 구역질나는 지역 의존에 불과할 것이다. 손 대표가 `날림 진보’가 아닌 `새로운 진보’가 되기 위해선 본인의 변절부터 해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날림’과 `골통 좌파’의 뒤섞임에 대해 헷갈리지 않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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