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레원, 50년간 재한 일본인 할머니들의 안식처 되다
  • 김희동기자
나자레원, 50년간 재한 일본인 할머니들의 안식처 되다
  • 김희동기자
  • 승인 20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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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때 한국 남자와 결혼한 일본 여성
해방후 한·일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해
김용석 이사장, 일본 여성 국적 회복 위해
1972년 나자레원 설립… 총 147명 귀국
1984년 요양원으로 재한 여성·어르신 도와
2019년 가을에 열린 한마음 운동회에서 일본할머니들이 선수입장을 하고 있다.
2019년 가을에 열린 한마음 운동회에서 일본할머니들이 선수입장을 하고 있다.
경주에 거주하던 일본계 할머니들을 위한 나자레원이 올해로 51주년을 맞이했다. 일본총영사관은 지난해 코로나19로 50주년 기념식을 하지 못한 것을 알고 14일 오후 부산 총영사관에서 50주년 기념을 가졌다. 나자레원 정재복 이사장에게는 ‘욱일쌍광장(旭日雙光章)’을 수여했다.

이날 김종욱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와, 한일문화포럼 회원이 축하의 자리를 함께 했다.

나자레원은 경주의 일본인 여성 거주시설로 1972년에 개설돼 최대 40여 명의 일본 여성들이 함께 생활한 곳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현재는 98세의 고령으로 인해 건강이 취약한 3명의 어르신들만이 남아있다.

정재복 이사장은 “일본에서 주는 상을 받는 것이 조심스럽고 시설 직원들이 열심히 봉사한 덕분”이라고 밝히며 앞으로도 더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했다.

 

고 김용성 이사장이 어르신과 어린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활짝 웃고 있다.
고 김용성 이사장이 어르신과 어린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활짝 웃고 있다.

□창립자 김용성 이사장과 일본 할머니들의 인연

나자레요양원은 일본과 한국의 역사를 반영하는 특별한 장소다.

일제강점기 징용, 유학, 사업, 등으로 일본에 살던 조선 청년을 사랑하여 결혼한 일본 여인들이 광복이 되어 남편이 한국으로 돌아가자 남편 따라 한국에 왔다. 이런 여인들이 한 4000명 정도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 와 보니 본 부인이 있는 경우도 있었고 시집 가족들로부터 일본 쪽발이라고 멸시 천대 받기도 했다.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조선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반대하였던 부모나 형제들이 “죽은 사람으로 여기고 있으니 돌아오지 말라” 했다. 조선 남자를 사랑한 것 밖에 없는데 이들은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버림받은 존재가 됐다.

1965년에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됐지만 이 여성들은 한국 국적이 없어 일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 결과 일본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은 화물로 이주하는 것이었다. 국적을 얻기 위해서는 재판을 거쳐야 했으며 이는 1년에서 2년에 걸친 장기 과정이었다.

나자레원의 창설자인 화봉(和奉) 김용성 선생(1918~2003)은 그동안 이들을 돌봐왔으며 한국에서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노력했다.

나자레원 본관 전경.
나자레원 본관 전경.

김용성 선생은 독립운동가 김덕보 선생의 장남으로 1918년 함경북도 웅기에서 태어났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꾸준한 노력으로 보통학교를 졸업했으며 중학교 시절에는 신문 배달과 우유배달로 생계를 유지했다. 부친의 독립운동 참여로 어려움을 겪은 후에는 만주 신경에서 화학원을 졸업했다. 학업을 이루는 데에도 어려움과 고생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이후, 경주를 두 번째 고향으로 삼고 경주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을 전개해왔다.

그는 일본 여행 중에 한국여권을 지닌 일본 여성들이 일본국적 회복을 요구하는 시위를 목도하고 나서 1972년 경주에 나자레원을 설립했다.

2008년 교회 다녀오는 길
2008년 교회 다녀오는 길

애초 일본 여성을 본국에 돌려보내는 일을 했으나, 일본에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 할머니들을 위한 요양원으로 1984년 탈바꿈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일본 여인들은 나자레원에서 모여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총 147명이 한국에서 귀국했으며, 이들은 한국 생활에 익숙해져 일본으로 돌아가면 한국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이유로 나자레원에서 계속 생활했다.

할머니들이 나자레원을 처음 찾아왔을 때는 한국 이름 대신 일본 이름으로 불러주어 그들이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다시 찾은 듯한 감동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송 원장은 이에 대해 “일본 이름을 되찾은 할머니들은 일본어도 잊지 않고, 사람을 맞닿을 때 손을 앞으로 모으는 일본식의 예절도 다시 차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70년 이상 한국에서 살아온 할머니들은 자신들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생을 마감하길 바라고 있다.

송 원장은 할머니들이 일본 전통 매실 장아찌 ‘우메보시’ 없이는 살 수 있지만, 김치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한국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녀가 한국에 거주하고 있어 한국을 더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많은 이들이 돌아가셨지만, 경주 나자레원은 여전히 그 희망의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나자레원의 따뜻한 이야기는 일본에서도 알려져 많은 일본인들이 방문하고 있으며, 할머니들은 이곳에서 소중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송미호 나자레원 원장에게 듣다"

송미호 나자레원 원장과 일본 할머니의 생일 잔치가 열리고 있다.
송미호 나자레원 원장과 일본 할머니의 생일 잔치가 열리고 있다.

송미호 원장은 1982년 성애원에서 아동을 위한 자원봉사를 시작한 후, 나자레원 사무장으로 자원봉사를 시작해 청춘을 바쳤다. 송 원장은 수도여자사범대를 나와 용문중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교사 출신인 그는 김용성 이사장과의 인연을 통해 사회복지에 참여하게 됐다. 그 이후로 40년간 불우한 아동과 어르신들을 돕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수상을 한 정재복 이사장이 인터뷰를 사양해 송미호 원장에게 나자레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할머니들을 돌보며 겪은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알려주세요.

=나자레원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으로 징용되거나 일본인과 결혼한 한국청년들이 한국으로 넘어온 후 생활하는 일본계 무의탁 할머니들을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정부지원이 없던 환경에서 나자레원을 운영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할머니들을 그리스도 사랑과 봉사정신으로 돌봐왔습니다.

▲김용성 초대 이사장의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열정과 이념을 어떻게 유지해왔나요

= 사회복지사업은 이익보다는 봉사를 요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이사장님은 재정이 있는지 없는지에 상관없이 어떤 이든 불우한 이들을 돕는 일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나자레원은 이사장님의 봉사 정신으로 이끌어져 왔으며 사회복지사업의 선각자로서 항상 열정을 지키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나자레원의 업적 중에서 특히 높이 평가받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곳은 많은 일본 여성들에게 안식처가 되었고 그들의 삶에 빛을 비춰왔습니다. 이사장님의 행적과 궤도는, 어두운 세상에 빛이 되어 왔으며 이들에게 희망과 지지를 제공하는 일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나자레원을 운영하면서 지역 내에 다양한 노인복지시설을 설립했고, 교류프로그램을 통해 국제 사회복지에도 기여했는데 국내외 활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나자레원 운영 외에도 1988년에 나자레 요양원, 명화요양원을 신축하고 1994년에는 민제양로원을 신축하여 노인들의 안락한 노후를 위한 시설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일본 해외체험 연수프로그램을 실시하며 직원들의 케어기술을 향상시키고 일본의 사회복지를 체험하게 하여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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