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성공을 위한 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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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성공을 위한 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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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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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쇠락, 도시재생에 희망 걸다

개항기 이전 포항은 흥해, 오천, 연일이 생활중심지 역할을 하던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중앙동 중심의 시가지가 형성된 시기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들어와 행정기관 등을 육거리 일대에 조성하면서부터 현재와 비슷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1933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제작된 포항의 지도와 현재를 비교하면 당시 시가지 모습과 현재의 시가지가 대부분 일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제에 의해 시작된 근대도시 포항은 이때가 1차 성쇠기라 할 수 있다. 2차 성쇠기는 625전쟁 이후 폐허로 변한 전국에 도시를 재건하고 “우리도 한 번 잘살아 보세”라는 군사정부의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의해 70년대 POSCO가 포항에 들어온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도시는 형성기에 잘못 디자인되면 기본을 이루는 골격은 좀처럼 개선되기 어렵다. 일제강점기 일본식 근대도시로 디자인된 이후 50년대 전쟁을 겪었고, 70년대 POSCO가 들어왔다. 이때 두 번의 도시 재구성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 우리 삶은 먼 미래를 돌볼 만큼 경제적, 정신적으로 여유롭지 못했다. 이처럼 포항의 도심은 그 시작된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어 현재도 도심지는 제대로 된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도심과 외곽 간의 연결성도 취약해 일상적인 교류를 하기에도 효율성이 떨어진다.

현대 한국의 도시는 확장 본능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구도심이 공동화로 빈집과 빈 점포가 늘어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도 밑이 빠진 독에 도시재생이라는 명목으로 계속 물을 붓는 것이 이제는 상식으로 여기는 사회가 되었다. 한국사회에서 도시재생사업은 쇠락한 도시를 일시에 번성하게 하는 만병통치약이다. 신화는 이렇게 집단 사고의 오류로 인해 만들어진다.

포항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역은 2018년 중앙동을 시작으로 흥해, 신흥동, 송도가 선정되었고, 2024년 12월이면 사업 기간이 종료된다. 이중 중앙동은 도심이라는 지리적, 상징적인 이유에서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포항시청사가 대이동으로 이전해 가면서 중앙동은 도심으로서의 활력이 떨어져 도시재생사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중앙동 도시재생사업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 중앙상가 일대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행정안전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중앙동의 인구는 300여 명이 줄어들었고 중앙상가에는 총 점포 수 879곳 중 368곳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인력 양상을 위해 건립한 <문화예술 팩토리>는 자체행사를 제외한 주간 방문객 수는 100명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문화 창업로이자 스마트 아트 거리인 <꿈틀로>는 유흥업소 거리의 공실을 리모델링하여 예술인들에게 임대 상가로 제공해 예술을 통한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을 이끌고자 했지만, 현재 이곳 거리는 마치 시간이 멈춘 골목처럼 조용하다. 청년 인구유입, 일자리 창출, 창업을 위해 <청년창업 허브>가 만들어졌지만, 아직 별다른 활용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포항의 도시재생이 이렇다 할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시설의 활용과 수요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계획 없이 물리적 재생에 의존한 것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공공주도로 이루어진 도시재생은 최단시간에 최고의 효율을 내야 한다는 점도 도시재생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청년의 창업과 인구유입을 목적으로 만든 공간은 순전히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다. 그런 점에서 그 활용대상인 청년들과 교감을 위한 장을 만들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되었어야 했다. <문화예술 팩토리>와 <꿈틀로> 또한 사용자 중심에서 건립되었다기보다 공급자 중심의 사고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여 시설 활용과 향후 효과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물은 번듯하게 세워졌지만, 이용자의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계획했던 인구유입마저 변화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빈터에 공공 건축물이 들어섰는데도 상권이 계속 쇠락한다면 이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것은 포항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한국의 도시재생사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이자 특징이다.

영국의 공공시설은 도시디자인 차원에서 건축된다. 디자인의 본래 목적은 모두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유니버셜 개념이 뚜렷하다. 그냥 빈터가 있어 공공시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활용처와 그에 따른 수요가 분명하므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시설 대부분은 공공건물은 물론이고 인근의 상업 시설과 연계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넓은 도로를 몇 번이나 건너서 시설에 접근하는 것은 우리나라 못지않게 영국의 국민도 매우 불편하게 여긴다. 여러 공공시설이 지하도로 연결되어 있어 한 곳에만 들리면 근처 모든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물론 근처 상가와도 잘 연결되어 있어 상권 활성화에도 편의성을 제공한다. 영국 공공재의 특징은 민간 상업 시설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도시 활력에 강력한 영향을 발휘한다. 포항의 공공시설은 공공재로서 역할을 충실히 발휘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고, 그다음으로 주변의 상권과 연결성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찌하여 그곳에 공공재가 있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분명하다면 애초의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중앙동 일대를 냉정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포항이 근대도시로 출발한 시점에는 모든 편의 시설이 도심에 밀집되어 있었다. 오늘날 포항은 굳이 구도심에 가지 않아도 각각의 지역에서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포항은 그 덕분에 어디를 가든지 특별하지 않고 중심지라고 내세울 곳이 없는 고만고만한 도시로 변했다.

중심지는 그에 걸맞게 인근 지역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중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구도심에 있는 시설 대부분은 인근 지역에도 얼마든지 있고 오히려 없는 것이 더 많을 정도이다.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구도심까지 가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오늘날 포항 구도심의 매력은 무엇인가? 새로울 것 없는 구도심은 그야말로 오래된 것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곳을 문화예술인과 청년들이 거리마다 북새통을 이루고 또 창업이라는 일생일대의 선택에 적합한 곳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현대건축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루이스설리번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고 했다. 이미 100년 전에 디자인된 포항의 구도심이 현대 도시의 중심지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지금은 소비자의 행동 양식을 연구하고 사용자 환경의 관점에서 도시를 다시 들려다 볼 때이다. <끝> 황예림 도시문화 칼럼니스트·지역문화콘텐츠디자인연구소 연구원·김시습금오신화문화제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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