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경북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구조 전문 소방관인 김수광 소방장(27)과 박수훈 소방교(35)가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 인명 수색을 위해 공장 3층 발화 지점으로 뛰어들었다가 거세진 불길에 3층 바닥이 통째 내려앉으면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올해 6년 차인 김 소방교와 특전사 출신인 박 소방사는 항상 솔선수범해 동료들의 신망이 두터웠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미혼으로 평소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말할 정도로 자세가 남달랐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가슴을 더욱 에게 한다.
두 희생 소방관들의 영결식은 3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유족·경북도지사·동료 소방관 등 10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경상북도청장(葬)으로 엄수됐다. 유해는 같은 날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최근 5년간 화재나 구조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24명이다. 매년 5명 가까이 출동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셈이다. 부상을 당하는 소방관은 2019년 180명에서 2022년 236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소방관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인력 부족을 해소해야 한다고 떠들어대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은 매번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이다.
그동안 소방공무원 채용을 늘렸다고는 하지만 현장 출동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고 장비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미국 911 소방대의 인명 구조요원은 반드시 2명의 수색조와 수색조의 안전을 살피는 또 다른 2명의 팀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수색 활동 또한 갖가지 첨단 장비를 동원해 희생을 최소화하고 있다. 참극이 빚어진 뒤 앞다투어 몰려가 한마디씩 던지고 떠나는 위정자들의 모습을 보며 씁쓸한 감상에 시달리는 국민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소방관들의 덧없는 희생을 줄이기 위해 정녕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치열하게 반성해야 한다.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 즉각 실천해야 한다.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젊고 투철하고 용감하여 아름다웠던 두 소방관의 영면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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