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카’(VUCA)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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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카’(VUCA)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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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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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두 마리의 견(犬, 개)을 키운다고 한다. 이 개를 키우는 이유는 각자가 ‘내 생각은 객관적이고 절대 옳다’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내가 생각하는 것이 객관적이라는 것일까?

선입견과 편견에 치우치면 대부분 자기 합리화에 매몰된다. 예를 들어 ‘여자들은 집에서 살림만 해야 한다.’ ‘여성들은 운전을 못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공부를 못 할 것이다.’ ‘싼 커피는 맛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모두가 자기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다. 선입견과 편견의 특징은 우선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정보에 기인하고 있다. 둘째 어떠한 가치 기준에서 실제보다 긍정적으로 높게 평가하거나 부정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태도가 나타난다. 즉 대상에 따라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이 포함되는 것이다.

셋째는 지극히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이다. 넷째 한쪽으로 치우치는 집단적인 현상이 강하다.

인간은 이렇게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두 마리의 개가 지키는 거대한 감옥속에서 살아간다. 일반적으로 편견은 선입견에서 비롯되고, 편견 때문에 선입견을 품게 된다. 그래서 편견과 선입견은 모두 교만하고 거만한 성품을 갖고 있다. 이 두 마리 무서운 개를 한꺼번에 제압할 수 있는 것은 일견(一見)이라는 개다. 바로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다. 사람은 자기 자아 속에 일견을 키우면 편견과 선입견이 활동하지 못하도록 잘 조절하고 적절히 통제할 수 있다.

‘현상학’의 창시자 에드문트 후설(E. Husserl·1859-1938)은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은 사실은 자신의 의식 속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즉 ‘주관적인 나의 의식 가운데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이 오류 해결의 전제로 제시한 ‘에포케(epoche)’는 고대 그리스어로 에페케인(멈추다)에서 비롯된 철학 용어로 ‘판단 중지’‘판단보류’ 라는 뜻이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고 판단을 보류하거나 중지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때로는 판단하지 말고 선험적인 경험들을 중지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자신이 다 알고 모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그 입장, 상황, 조건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어떠한 것에도 가장 좋다거나 나쁘다는, 또는 옳다거나 그르다는 판단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들이 진실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무엇에 대해서든 판단을 유보하여야 한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뷰카’(VUCA)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원래 이 말은 미국 육군에서 현재의 세계정세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된 단어이지만 오늘날에는 다양한 장소에서 사용된다. 뷰카는 오늘날 국제사회의 다양한 현실을 반영한다. 즉 변동성(Volatile)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 (Ambiguity)의 등 불확실한 미래를 통틀어 말하는 단어다.

지금의 국제 사회는 상황이 급변하고 변동성이 커, 당장 내일도 예측하기 힘들다.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지식으로는 돌발적이고 불확실한 시대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국내적으로 금리 불안과 4월 총선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통치방식은 초보 운전사처럼 모든 면에서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하다. 국민들이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위기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인데 정치가 실종되었고 상생은 찾아볼 수가 없다. 무엇보다 협상과 소통의 부재라고 할수 있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와의 전쟁은 제2의 중동 전쟁이라는 화약고를 안고 있다. 미국 대선은 바이든과 트럼프의 신, 구권력의 경쟁이 치열한 갈등을 안겨줄 것이다. 미국발 금리인상,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러시아와 중국의 무역 보복, 그리고 북한의 군사적인 위협등 중요한 현안이 산적한 우리나라 역시 뷰카 시대를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불안정, 불확실, 복잡함, 애매함 이른바 ‘뷰카’시대에서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변화와 혁신 상생의 문화가 필수적이라고 할수 있다. 따라서 정치나 경제나 문화나 사회 전반의 모든 면에서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의사 구조가 아니라 양방향 소통과 서로를 배려하고 협력하는 수평적인 소통의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외교가 미국 중심의 가치 외교를 넘어 러시아와 중국을 아우르는 실리 외교, 다자외교로 눈을 돌려야 한다. 지금은 고정관념, 선입견, 편견을 가감하게 버리고 협치를 통해 공생과 상생의 길을 가야 한다. 그런 것 같다. ‘휴수동행’(携手同行) 이라고 했다.

모든 선험적인 판단을 중지하고 서로 손을 잡고 광야 같은 세상을 함께 가야 한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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