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대장경
  • 모용복국장
막말 대장경
  • 모용복국장
  • 승인 2024.0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NS는 유용한 정치홍보수단
자신을 해치는 무기 될 수도
과거 SNS에 올린 막말 인해
여야 총선 후보 잇따라 낙마

SNS 통한 막말로 상대 공격
지지층엔 ‘사이다 발언’ 인기
막말논란 누적된 문제의 단면
정치서부터 자정 노력 시작을

SNS(Social Network Services)는 웹사이트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공통의 관심이나 활동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의견을 표현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페이스북(Facebook)과 트위터(Twitter) 등의 폭발적 성장에 따라 정치인, 연예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도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전 세계 최대 규모 비디오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을 자유롭게 올리거나 심지어 공중파 방송국을 연상시키는 뉴스보도와 토론회를 열기도 한다.

SNS는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생각과 존재를 나타내는데 유용한 수단이다. 그래서 이제 정치인들은 이를 활용하지 않으면 정치를 하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후보들은 SNS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공약을 알리고 활동상황을 실시간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특정 정치 사안에 대해 구설수에 오른 당사자들은 견해를 표출하거나 사과, 해명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정치, 지역현안, 스포츠까지 모든 분야를 망라해 서슴없이 의견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이렇듯 유용한 정치수단인 SNS가 자칫하면 자신을 해치는 무기가 될 수도 있음을 이번 총선이 잘 보여준다. 여야는 최근 막말로 논란을 빚고 있는 총선 후보를 잇달아 낙마시켰다. 그들이 과거 SNS에 올린 글이 부메랑이 되어 공천장을 앗아가 버린 것이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지난 16일 장예찬 부산 수영구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를 결정했다. 대선 이후 줄곧 친윤(親尹) 스피커 역할을 해온 장 전 최고위원은 청년 정치인 후보로 지난달 당내 경선에서 현역 전봉민 의원을 꺾고 국민의힘 수영구 후보로 확정됐다. 하지만 과거 SNS 발언이 하나둘 재소환 되면서 정치인생에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이를테면 ‘난교예찬’을 비롯해 ‘일본 발톱의 때만도 못한’ ‘동물병원 폭파’ ‘함량 미달’ 등 10년 전 SNS 발언이 발목을 잡아 중도에 낙마하고 말았다. 국민의힘은 앞서 ‘5·18 폄훼’ 발언 논란을 일으킨 대구 중남구 도태우 후보에 대한 공천도 취소한 바 있다. 또 대전 서구갑 조수연 후보는 ‘일제강점기 옹호’ 발언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막말로 말하자면 더불어민주당도 섭섭하지 않다. 서울 강북을 민주당 정봉주 후보는 지난 2017년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한 이른바 ‘목발 경품’ 발언이 논란이 됐다. 일파만파로 사태가 확산하자 정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당사자께 유선 상으로 사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5년 당시 DMZ(비무장지대) 수색작전 중 다친 장병들이 사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거짓 해명’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결국 현역 박용진 의원을 상대로 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을 받은 지 사흘 만에 후보에서 박탈됐다.

더불어민주당 안산갑 양문석 후보는 지난 2008년 한 언론 기고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고 ‘노무현씨와 이명박씨는 유사불량품’이라고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또 다른 칼럼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향해 ‘역겹다’라고도 했다. 논란이 본격화하자 그는 SNS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저의 글에 실망하고 상처받은 유가족과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많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친노 인사를 비롯해 공동선대위원장인 김부겸 전 총리,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그의 발언을 문제 삼고 있어 후보직을 유지할 지 미지수다.

이들은 그동안 SNS와 방송에서 막말성 발언으로 상대 세력을 공격해온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소위 지지층으로부터는 ‘사이다 발언’이라며 환영을 받았다. 이들이 당으로부터 눈도장을 받고 인기를 얻은 배경에는 이처럼 지지층의 호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성경 구절처럼 ‘막말 대장경’의 끝은 천길 낭떠러지였다.

지금 우리는 온갖 막말과 혐오가 판치는 정글사회에서 살고 있다. SNS와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는 차마 입에도 담을 수 없는 비속어와 험담이 난무한다. 도로에서 운전 중 시비가 붙었을 때는 우선 목소리부터 높이고, 위협·보복운전도 서슴지 않는다. 이번 총선에서 막말 논란은 그동안 우리사회에 누적돼 온 총체적 문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정치에서부터 언어순화를 위한 자정노력이 시작돼야 한다. 남을 깎아내리는 혐오 정치가 더 이상 이 땅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이 지긋지긋한 정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용복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