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곁 지키며 주장해야 ‘의사(醫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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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곁 지키며 주장해야 ‘의사(醫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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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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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벌이는 파업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그 가운데, 전국 의대 교수들이 회의에서 사직서는 쓰되 일단 ‘환자들 곁을 떠나지는 않겠다’고 결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이다. ‘의사(醫師)’라는 직종에 굳이 스승 ‘사(師)’ 자를 붙이는 것은 단지 의술 때문만이 아니다. 인간 삶과 사회에 대한 그들의 언행이 남다르다고 믿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의사들의 현재 투쟁방식은 전혀 스승답지 않다.

경북대학교를 비롯한 국립대학교 총장들이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를 촉구하는 동시에 정부와 의료계 양측엔 대화를 통한 해법 모색을 촉구했다. 총장들은 호소문에서 “전공의가 떠나면서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대부분 의대생이 학업을 중단하거나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의료계 모든 구성원 여러분들이 국민의 곁을 지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읍소했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와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소속 의사 1300여 명이 “병원을 지키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의미 있는 행동이다. 그들은 성명에서 “의사들의 주장이 ‘미래의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지금 당장의 문제는 (의료공백) 현실”이라며 “해결이 될 때까지 저희는 병원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뇌경색·뇌출혈 환자 등을 긴급수술하는 뇌혈관계 의사들은 필수 의료 분야에서도 핵심적 ‘바이털 의사’로 꼽힌다.

본인들은 아는지 모르지만, 의사들이 환자들을 떠나는 파괴적 투쟁을 결행하면서 이미 이기지 못할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의사가 모자라기 때문에 늘리려는 정책을 막아서면서 스스로 활동 의사 숫자를 줄이는 모순적 투쟁방식은 결코 이성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의약분업, 원격의료, 의대 증원 등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정책이 나올 때마다 파업으로 맞서온 관행은 청산해야 할 구시대적 폐습이다. 수십 년간 누적된 그 폐해에 진력난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의대 특성상 불가피한 도제식 교육 속에서 전공의들의 노동력 착취에 기대어 유지되는 거대병원의 운영모순 등 의학도들이 당면해있는 고통스러운 요소들도 이번 기회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의료계와 정부가 풀어가야 할 난제는 수두룩하다. 그러나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결코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없다. 의사의 수가 모자라면 늘리는 것도, 넘치면 줄이는 것도 그 최종 결정권은 정부에 있어야 한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이제는 병원을 떠난 의사들이 환자들 곁으로 돌아와 ‘스승’의 자리를 지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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