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화자는 이 대통령이 소폭 개각을 할 것 같다는 말을 평소 대통령의 술 취향으로 표현해낸 것이니, 그 재치는 가위 일품이라 할만 하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대통령은 그때부터 이미 소폭 개각을 마음 깊이 다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여야는 물론 온건한 다수 국민들까지 한결같이 주문하고 기대했던 `대폭개각’이 이렇게 외면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통령은 이번 주 초인 지난 7일 장고를 거듭해온 끝에 겨우 3개 부처 장관을 경질하는 개각을 했다. 국무위원이 모두 사표를 낸 지 27일 만에 나온`단안’이었다. 그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선과 개각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과는 다수 국민들에게 `아니올시다’란 심사만 잔뜩 안겨주고 있다. 경제 운용 잘못에 대한 지적으로 온통 시끄러운 터에 해당 장관은 그냥 두고 차관을 대타로 삼았다는 비난도 많다. 당장 어제 국회에 나타난 야당이 다음 주 중에 기획재정부장관 해임건의안을 내기로 한 것이 그 증좌다.
촛불집회를 내려다보며 청와대 뒷산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는 말까지 했던 대통령이 그새 마음이 변한 걸까. 촛불이 사그라진다고 보고 특유의 고집이 발동한 걸까. “소나기는 일단 피했으니까” 하고 회심의 미소를 속으로 지었을까. `어디 갈 때 마음과 올 때 마음 다르다더니’하는 점잖지 못한 말을 자꾸 뱉어내는 시정(市井)의 저 많은 입들은 또 어찌 감당해나갈지, 에라 모르겠다, 소폭주나 벌컥벌컥 마시면서 구경이나 해야 할까?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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