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9월 위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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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9월 위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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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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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鎬壽/편집국장

 실체없이 떠돌던 `9.11 금융 위기설’은 사라졌다. 11일 코스피 지수는 9월 일주일간 `위기설’에 휘말려 까먹었던 약 70포인트를 단 하루 만에 위기설 이전 상태로 만회했다. 그러나 `9월 위기설’의 위력은 대단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9월에 만기 도래하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재투자되지 않고 집중적으로 회수될 것이란 루머에 환율, 금리, 주가가 요동쳤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심리적 쏠림에 의한 시장 왜곡 현상만은 아닌 것 같다. 많은 경제지표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최악이다. 경기선행 및 동행 지수가 6개월째 하락하고, 성장율은 둔화하고 있다. 올 들어 무역수지 누적적자가 115억 달러를 넘었다. 우리나라가 순채무국으로 전락할 처지다. 외환보유액은 넉달 째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가계부채는 660조 원에 달하며, 기업들의 `자금난 괴담’도 확산 중이다.
 이 같은 어려운 경제 현황들이 과장된 9월 위기설과 중첩돼 심상찮은 우려와 함께 `환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헛발질이 난무한 빗나간 정책 행진
 IMF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대기업의 연쇄부도와 금융기관의 과다한 외화차입, 그리고 정부의 정책대응 실패로 요약된다. 1997년 1월 한보에서 시작한 대기업의 부도가 삼미, 진로, 대농, 그리고 재계 서열 8위인 기아까지 이어졌다. 대기업의 줄도산에 우왕좌왕하던 정부는 급기야 기아의 부도 유예처리 과정에서 종금사의 자금사정을 극도로 악화시키는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다. 이로 인해 외국인들의 눈에는 한국이 자력으로 구조조정을 할 능력이 없는 나라로 각인됐다. 국내 금융기관의 무모한 차입 경쟁과 무분별한 투자 역시 외국인들로 하여금 불신의 골을 더욱 깊게 했고, 결국 자금 회수의 수순을 밟게 했던 것이다. 97년 말의 IMF사태는 96년에 이미 잉태되어 있었다. IMF 당시 재정경제부 차관이었던 강만수 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005년 야인생활을 하면서 펴낸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에 그 내용이 잘 나왔다.
 다음해 경제난국을 맞이할 96년의 한국은 `행동과 리더십은 실종되고 헛소리와 헛발질이 난무한 빗나간 정책들의 행진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 해 상반기에 성장률 7.5%, 물가 4.5%, 경상수지 적자 60억 달러의  `세 마리 토끼’를 잡는다고 큰소리를 치고, 환율정책 같은 단기적·대중적인 대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오판까지 했다고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대통령에게 세계 6대 교역국과 7대 경제대국을 위한 `21세기 경제장기구상’을 보고했는데, 위기를 앞둔 헛소리의 `백미’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96년 성적표를 보면 성장율 6.8%, 물가 4.9%로 선전했으나 경상수지 적자는 목표의 4배인 237억 달러를 기록했다. 과거 3년간 경상수지 누적적자가 372억 달러로 96년 말 외환보유고 332억 달러를 초과, 사실상 부도상태였다.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를 진단한 부즈 앨런 앤드 해밀턴의 보고서(`21세기를 향한 한국경제의 재도약’-97년 10월 발표)는 `한강의 기적’은 96년에 끝났다고 했다. 오늘의 상황이 96년 당시와 오버랩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 수출 진작을 위해 고환율 정책을 폈지만 물가 상승을 부추겼고, 이러자 다시 환율급등을 막는 정책으로 돌아섰다. 우왕좌왕 정책에 신뢰를 잃고 말았다. 또 `7% 성장률, 4만 달러 국민소득, 7대 경제강국’이란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이 `7% 물가, 4% 성장률, 7% 청년실업률’로 회자되는 가운데 청와대 한 인사는 6개월 경제성적표를 “선방했다”고 말했다. 96년에 나왔던 `헛소리의 재연’으로 비춰진다.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혼란 키웠다
 정부는 이번 금융시장 혼란에서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다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9월 위기설의 첫 날인 지난 1일 예견된 혼란에도 뒷짐 지고 있다가 다음날 긴급점검회의를 갖는 등 뒷북 대응을 했다. 신중한 것까지는 좋지만, 사후 약방문 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았다. 또한 여기저기서 `루머 적극 대응’말들은 쏟아졌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묘연했다. 금융정책 사령탑도 불분명하는 등 정부의 경제 리더십과 신뢰성의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부즈 앨런 앤드 해밀턴의 보고서는 `한국은 행동은 없고 말만 무성하다’고 뼈저린 충고를 했다. 당시 월스트리트 저널도 `리더십의 공백’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상품은 리더십이다. 지금 달러보다 더 부족한 것은 그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11년. 이들 충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경제의 `먹구름’은 언제쯤 가실지…. 흰 구름 떠도는 청명한 가을하늘, 9월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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