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혹심한 불황속에서도 번창 일로인 기업들이 있다고 한다. 다름아닌 라면, 즉석식품 판매율이 두 자릿수로 늘었다는 기업체들이다. 농심,오뚜기, 한국야쿠르트 이런 회사들이라나 보다. 지난 10월 현재 판매액이 1조원 안팎이다. 판매 신장률이 32%나 오른 기업도 있다. 5억개, 10억개나 팔린 품목도 있다니 이야말로 `효자 상품’이 아닌가.
몇년전 샛별처럼 떠오른 소녀 육상선수가 있었다.그때 그 선수는 라면만 먹고 뛰었다고 보도됐다. 선수 본인은 물론 이 보도를 마뜩찮아 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어찌됐건 라면은 이처럼 주머니가 가난한 사람들이 쉽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먹을거리다. 이런 라면 판매가 급신장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생산 업체는 싱글벙글이니 `야누스’가 따로 없다 싶기도 하다.
대충 먹어 허기만 끄는 식사엔 `때운다’는 표현이 따라붙는다. 열심히 일하다 밥 때를 놓친 사람이 라면을 먹고 배고픔을 잊는다면 딱맞는 표현이다.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이렇게 쓰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권장할 표현은 아닌 것 같다. 한 두 사람도 아닌 온 국민이 달려들어 수십억 개씩 먹어치우는 `때움의 식사’가 반가울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하는 소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60년대에 이 땅에 라면을 보급토록 한 의도는 국민들이 배고픔이라도 벗어나게하자는 것이었다. 일종의 현대판 `구황식품’이었던 셈인데 이제는 `불황 식품’이 돼버렸다. 라면 생산업체에겐 `호황 식품’이지만. 김용언 /언론인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