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옛날 문자 속깨나 들었다는 걸 은연 중 자랑하여 젠체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정치인들이 곧잘 끌어다 썼다. 전 국회의장을 지낸 분의 저 유명한 `토사구팽’이나 그보다 더 유명한 정치인이 즐겨 쓴 `줄탁동기’ 같은 말들이다. 정치현실이나 자신의 처지를 넉 자 한자말에다 의지했던 것이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2008년 올 한 해를 제일 잘 나타내는 직장생활의 사자성어가 무어냐고 직장인 1549명에게 물었더니 가장 많은 24%가 `은인자중(隱忍自重)’을 꼽았다고 한다. 할 말이 있어도 마음속에 감추어 참고 견디면서 몸가짐을 신중하게 행동한다는 뜻이다. 그다음으로는 변화무쌍하여 예측불가능하다는 뜻의 `새옹지마’, `동상이몽’ `좌불안석’ 등을 들었단다. 100년 만에 있을까 말까한 불황의 시대를 맞은 직장인들의 불안한 심사를 잘 드러내 보여주는 `올해의 사자성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이들은 내년의 소망이나 결심을 묻는 사자성어를 `만사형통’이니 `일취월장’을 댔다고 한다. 그 마음속 간절한 희원도 짐작할 만하다. 제발 그리 됐으면 한다. 어쨌거나 올해를 보내는 우리 직장인들 마음고생이 참으로 크다. 하긴 취업을 하지 못한 20대-30대에 비하면 이런 고생도 어쩌면 호사인지도 모르겠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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