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좌파 언론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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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좌파 언론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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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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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윤 환 (컬럼니스트)
 
 김대중-노무현 좌파정권 치하에서 보수언론이 어떤 보도자세를 취했는지 되돌아봤다. 10년 만에 들어선 보수 이명박 정권을 향해, 집권 1년에 불과한 새 정부를 향해 온갖 `욕설’과 `저주’를 퍼붓는 좌파-진보 언론처럼 그랬었는지 돌아보기 위해서다.
 김대중 정권 탄생은 분명 보수 언론에 `불길함’이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의 외환위기 자초에 이어, “경제를 안다”는 김대중 정권 출범을 지지, 격려하는 데 보수 언론도 앞장섰다. 조-중-동 역시 `호남 집권’에 의미를 부여하고 전도를 축하했다.
 적어도 김 대통령이 남북 관계를 국내정치에 대입시키고 개인적 욕망을 남북 문제에 결부시킬 때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카드 대란’으로 표현되는 `버블정책’과 `벤처 사기극’, 국부를 유출시킨 엉터리 `빅딜’ `M&A’에도 눈을 감다시피했다. 벤처 부양은 권력자들이 뒷돈을 챙기고, 개미투자자들을 거덜낸 사기극에 불과했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이건 아니다”라고 느끼기 시작한 것은 2000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이틀 앞두고 DJ 세력이 남북정상회담을 전격 발표하고부터다. DJ는 “국내정치와 관계 없다”고 했지만 DJ가 누구인가? 국민들이 총선에서 DJ의 민주당에 패배를 안긴 것은 그 음흉한 속셈에 대한 응답이었다.
 김 대통령은 방북 일자까지 하루 취소당하는, 망신을 당하면서 방북을 하긴 했다. 대북 달러 입금이 늦어진 때문이다. 김정일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합의함으로써 보수층을 격분케 했다. DJ는 `김정일 답방’에 목숨을 걸다시피 했다. C신문 K 전 주필은 DJ가 “김정일 답방을 도와달라”고 했지만 이를 거절하자 “C신문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회고했다. 보수언론 사주들이 구속됐다. DJ는 `노벨평화상’으로 질주했다. 보수언론과 DJ 정권과의 불화에는 이런 스토리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보수언론은 상극이었지만, 그의 취임 초기 보수언론도 축복을 보냈다. 대선 때 그를 돕지 않았던 논조에 대한 어색함도 작용했을 것이다. `한국의 링컨’을 자임한 노 대통령의 비전도 존중했고, 자수성가 스토리도 소개했다. 그러나 노는 취임하자마자 진보언론인 H신문으로 달려가고, 같은 진보성향의 모 인터넷 신문과 회견하는 `편협함’으로 보수언론을 자극했고,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투정, “개판” “깽판” 등 저열한 용어로 기가 질리게 만들었다.
 좌파정권과 보수언론 사이에는 이런 사연이 있었다. 그러면 10년 만에 들어선 이명박 정권에 대한 진보-좌파의 태도는 어땠고, 또 지금 어떠한가. 3월 17일 그들의 기사 몇 꼭지만 보자. 진보성향 인터넷 신문은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했다 통행을 허용하자 “MB 대북정책 무력함 드러내”라는 기사를 실었다. 개성공단을 노무현 정권이 밀어붙였고, 통일부장관이던 정동영 씨가 “내 작품”이라고 자랑했으며, 북한이 근로자를 인질로 잡아도 손 쓸 수 없도록 만든 게 누구인지 언급조차 없다.
 인터넷 신문은 또 “이대로 가면 연말에 국가부도 올 수도”라는 섬뜩한 제목을 뽑았다. 인터넷 논객 서지우(가명)의 주장을 미주알고주알 옮겨 놓았다. 정부출연기관 연구소 연구원이라지만 소속이나 실명을 밝히기를 거부했다고 신문은 소개했고, 그의 사진도 못 알아보도록 모자이크 처리했다. 그는 “4대 시중은행 중 한 곳은 상황이 좋지 않고, 공황 초입단계”라고 주장했다. 언론에서 이런류의 기사는 금기다. 이름도, 얼굴도 없는 주장을 대문짝만하게 실은 인터넷 신문의 의도는 물어보나 마나다.
 또다른 진보성향의 인터넷 신문도 같은 날 “법치 무력화시키는 전여옥-신영철의 깡패정치”라는 모 교수의 칼럼을 실었다. “70세에 가까운 노년기 여성에게 멱살잡이를 잠시 당한 후” “별탈 없이 툭 털면 그만일 것”이라고 전 의원 입원을 `엄살’로 치부했다. 제목으로 뽑은 `깡패정치’가 어디서 연유했는지 알 수 없다. 전 의원을 폭행한 사람들이 깡패라는 얘긴지….
 `대한민국 대표 토론방’을 자처하는 H신문의 `한토마’에 “전여옥 의원, 8주 진단에 뇌진탕이라는데 정신에 문제가 있는거 아니요…? 몸도 아픈데 의원직 그만 두고 일본가서 한 50년 푹 요양하시오”라고 했다. 보수언론은 이러진 않았다. 이렇게까지 품위와 체면을 팽개치진 않았다. 세무조사를 당하고 사주가 구속돼도 이정도로 추락하진 않았었다. 이게 당신들이 내세우는 진보의 가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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