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금자 씨’
  • 경북도민일보
귀하신 `금자 씨’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09.04.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자는 인류역사를 바꾼 씨앗이다. 영국출신 미국 언론인  헨리 홉하우스는 저서 `역사를 바꾼 씨앗 5가지’에 감자를 올렸다. 그에 따르면 1770년까지 감자, 참마, 고구마가 모두 감자로알려지고 있었다. 1550년 께 카리브에서 구한 참마와 고구마는 현지어대로 바타타(battata)라고 불렀다. 1600년대 이후에는 이 세 가지를 모두 포테이토, 파타타, 포타톤, 포타드로 지칭됐다.
 감자가 금은보화를 뛰어넘는 가치를 인정 받은 일이 1586년 일어났다. 항해사에 이름을 남긴 프랜시스 드레이크가  카리브에서 스페인 보물선단을 습격하려고 나섰으나  12시간 차이로 놓치고 말았다. 그는 보물선 탈취엔 실패했지만 카리브연안에서 감자를 얻을 수 있었다. 이  감자는 뒷날 “스페인 선단의 금은 보화보다 훨씬 더 값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쳇말로 감자가 `금(金)자’가 된 셈이다.
 요즘들어 감자가 다시 `금자’가 되어 콧대를 높이고 있다. 삼겹살이 `금겹살’이 되고 달걀이 `금달걀’이 되더니 이제는 감자도  16세기에 얻은 이름값을 하겠다고 나선 꼴이다. 그 흔하던 감자가 장바구니에서 사라질 형편에 이르고 있다. 값이 호되게 비싸진 탓이다. 평년 가격과 비교하면 50% 이상 올랐다는 게 전문기관의 조사 결과다. 감자 한 개에 1100원이니 6개들이 한 봉지를 사려면 손이 달달 떨릴 지경이 됐다. 이상 기온으로 공급량이 달리는 탓이다.
 흔히 이치에 닿지않는 소리를 하는 사람은 “엊그제 감자지고 올라온 사람의 소리”를 한다고 핀잔을 먹곤 했다. 시골에서 농사짓기에만 몰두해 세상물정에 어두워진 탓에 죄없는 감자까지 싸잡아  봉욕을 당한 꼴이다. 세상이 달라지면 말의 뜻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요즘같이 감자가 귀하신 몸이 된 세상에선 무슨 뜻이 될지 궁금해진다. 이제는 감자 지고 올라오면 떼부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인데 말이다.  김용언 /언론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