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종이로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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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종이로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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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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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까지 경북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내 엑스포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닥종이 스님’ 영담 작품전에 전시되는 작품 `연리지(왼쪽)’와 `두사람(오른쪽)’

 
영담스님 작품전…내달 2일까지 엑스포문화센터
`청도감물과 닥섬유의 만남’주제로 150여 점 선봬…새로운 현대 예술방식 모색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11월 2일까지 엑스포문화센터 전시실에서 `닥종이 스님’ 영담 작품전을 선보이고 있다.
 출가인으로 한지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영담스님은 맥이 끊어진 전통종이 6종을 재현해 낸 닥종이(전통한지) 장인이며 닥종이를 미술작품으로 승화시킨 닥종이 작가다.
 흔히들 닥종이 하면 인형을 떠올리는데 그는 닥종이를 화선지 삼아 천연염료를 이용해 채색하고 변색과 탈색, 혹은 번짐과 스밈 등 다양한 물성과 시간에 따라 흐르는 변화를 형상으로 드러낸다.
 작업에 쓰이는 한지는 자신이 손수 만든 것으로 그가 살고 있는 경북 청도의 감을 이용한다.
 감물은 진한 갈색의 강한 착색력을 지닌 천연 염료로 녹슨 쇠를 연상시키는 듯한 발색효과가 한지와 조화를 이뤄 또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그것은 그의 작업실이 위치한 청도의 산과 물, 바람과 햇살이 어우러지면서 이루어 낸 결과일 것이다. 
 영담은 한국문화에서의 닥종이 고유의 장인적 위상을 넘어서 작가만의 미학적 관점으로 새로운 현대적 예술형식의 가능성을 모색해왔다.
 다양한 시도와 테크닉으로 질기고 부드럽고 은은한 종이 빛에 표현해 낸 색채와 형상은 30년 종이 인생의 예술적 성과와 깊이를 엿보게 한다.
 김상철 미술평론가는 “전통과 현대라는 미묘하고 민감한 경계에서 작가는 한지를 통해 자연의 무작위와 인간의 작위에 대해 진지한 성찰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영담 스님의 일곱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는 `청도 감물과 닥섬유의 만남’을 주제로 천연 닥종이와 천연 염료들에 어울어 진 `연리지’, `바이로차나’ 등 150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번지듯 말 듯 한 습윤한 번짐효과와 강렬한 색채, 고목 뿌리나 바위에 낀 이끼 같은 신비한 음영효과는 닥종이의 천년세월을 우리 마음의 종이위로 확장시키며 촉각마저 자극시킨다.
 작품 `바이로차나’는 마치 달 표면이나 은하계의 수축과 팽창을 보는 듯하다.
 얽히고 설킨 닥종이의 두꺼운 뒷면에 배어나온 감물 적셔나옴 효과가 압권인 `헝클어진 심장’ 시리즈는 멈추어진 한순간의 심장박동을 접하는 듯하다.
 그의 작품은 감상의 대상뿐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원초적 자연에 대한 질문을 갖게 하는 화두이며, 마음을 치유하는 백신이다.
 한의사였던 영담 부친의 한의원에는 약복지(첩약 싸는 네모반듯한 종이)가 흔했는데 어린시절 이 한지로 딱지를 치고 토담에 붙이며 놀았다고 한다.
 미술사학 박사 여명스님은 “약재를 감싼 종이는 약탕관의 뚜껑으로 쓰이며 육신을 치유하는 방편이었지만 영담의 종이는 자연의 원천적 염료를 결합시켜 감동을 주는 마음의 약재다. 그것은 작가가 추구하는 수행자 삶의 목표인 깨달음의 자유자재한 삶과 다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한다.
 의도하지 않고 인위적인 것을 피하며 가장 자연적인 것을 표현하려 했다는 작가의 작품 속에서는 오랫동안 종이와 함께 해 온 긴 시간들의 체험이 고스란히 표출돼 있다.
 전시기간 매주 목·금·토요일 오후 2시 `작가와의 만남’이 마련된다.
 경주/황성호기자 hsh@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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