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지난 5일 “(세종시가) 충청권에 도움이 안 되고 나라 이익에 도움이 안 된다면 수정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충청에 도움도 안 되고 국익에 반한다는데 어느 충청 사람이 꼭 원안대로 해야 한다고 고집하겠는가?”하고 반문했다. “역시 이회창”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 총재는 세종시 계획을 변경하려는 정운찬 총리 인준을 반대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에 대한 대선 공약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 이 총재가 세종시 수정 가능성을 입에 올린 것이다. 충청도를 기반으로 한 선진당 총재로서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용기있는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이 총재는 “공약하고 법까지 만들어놓고 수정론이 나오는데 도대체 수정론에 내용이 없다”며 “구체적 내용을 갖고 대통령이 나서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옳다. 청와대가 세종시에 부정적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그러나 청와대는 한번도 세종시 수정계획을 입에 올린 적이 없다. 오직 정운찬 총리를 앞세워 세종시 원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해왔을 뿐이다. 이 총재는 청와대의 비겁함을 나무란 것이다.
이 총재 말처럼 이 대통령은 “내가 이렇게 공약했고, 이런 법까지 만들었지만,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원안추진보다 수정론이 훨씬 낫고 또 그렇게 가야 하기 때문에 이걸 좀 이해해주시오”라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국민 상당수, 심지어 적지 않은 충청도민까지도 일부 행정부처를 세종시로 옮기는 계획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세종시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이회창 총재가 세종시의 최대 피해자다. 이 총재는 2002년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공약 때문에 대선에서 낙선했다. 노 후보는 대선이 끝난 뒤 “행정수도로 재미 좀 봤다”고 행정수도가 즉흥 공약이었음을 실토했다. 행정수도가 헌재에 의해 `위헌’ 판결이 나자 잔꾀를 부린 게 바로 세종시다. 그런 이 총재가 세종시 원안 수정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세종시에 대한 담론의 장에 이 대통령도 뛰어들어야 한다.
이 총재의 전향적인 자세로 세종시 문제 해결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두 번씩이나 실패는 했지만 대권을 지향하던 큰 정치인의 모습을 잃지 않은 듯해 흐믓하다. 이 총재가 세종시 문제를 지혜롭게 풀도록 지혜를 준다면 그에게 3년후 다시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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