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밑 따따부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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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 밑 따따부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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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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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딱한 말로 시비하는 모양.” 국어사전에 실린 `따따부따’의 낱말 풀이다. 어감부터가 달콤하기는 아예 글렀고 부드럽지도 말랑거리지도 않다. 흑백,시비를 가리는 데 딱맞는 말인 것 같다.이와 비슷한 낱말들을 꼽은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싸개통’ `다떠위다’ `답치기(를) 놓다’.
 우리나라의 전봇대는 본연의 임무말고도 쓸모가 많은 물건이란 생각이 든다.키 큰 사람을 일러 부를 때 `전봇대’라고 하는 것은 그럴싸하다. 더구나 지금은 너나할 것 없이 `롱다리’가 소원인 시대가 아닌가.몇 잔 술에 거나해진 주정꾼이 붙들고 뺑뺑이를 돌거나, 옷 벗어 걸어놓고 얌전하게 잠드는 곳이 전봇대 밑이다. 이 때는 `연탄재 베개’가 제격이다. 동네 개는 `영역표시’하는 데 쓰고, 사람들은 공짜 광고판으로 슬쩍하는 것이 전봇대다.
 전봇대를 악용하는 사례는 한가지 더 있다. 쓰레기 마구 버리는 곳이 돼버린지 오래다. 마른 쓰레기는 그런대로 참아주겠는데 음식물 쓰레기 냄새는 영 죽을 맛이다. 음식점 앞에 있는 전봇대, 가로수는 짜디 짠 소금국이 줄줄새는 비닐봉지를 받쳐주느라 팔자타령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대구 수성구청이 다음달부터 쓰레기 문전수거를 범어2동에서 시범실시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내집 앞이니 쓰레기 관리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동네 쓰레기터가 되기 일쑤여서 집앞 전봇대 밑에서 곧잘 벌어지던 따따부따도 줄어들지 모른다.
 그렇잖아도 대구는 `거미줄 전봇대’로 이름 난 곳이다. 전력선과 통신선이 빽빽해 어지러울 지경이다. 전봇대가 많을수록 따따부따가 일어날 소지가 그만큼 더 많을지 모른다면 멍청한 생각일까. 그러나 따따부따는 그렇게 나쁘기만한 것은 아니다.불편부당하게 시시비비를 가릴 때 쓰는 표현법이 아닌가. 전봇대 밑 시비는 `악다구니’라고 해야 더 어울린다.어쨌든 전봇대 밑이 깨끗해지면 사람 입도 깨끗해지지 않을까 싶다.
 /김용언 논설위원 k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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