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처구니 없는 기사를 읽었다. 어느 초등학교 교장이 새로 부임한 교감에게서 걸핏하면 돈을 우려냈다는 내용이었다. 명절 인사비용으로, 여행경비로 돈을 뜯긴 그 교감이야말로 `봉’이고 `밥’이었다. 교감이 명절 때 40만원을 건네자 교장은 “당신은 인사할 줄도 모르느냐. 누가 짝수로 인사하느냐”고 퇴짜를 놓고는 70만원을 가져오자 챙겼다. 그 뒤로도 갈취 행각은 계속됐다. 감사원이 공개한 `교육예산 집행관련 비리점검’ 감사결과다. 뇌물을 바칠 때는 `짝수’로 인사해서는 안 된다는 법칙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참으로 기이한 법칙이다.
그런데 문제의 교장은 그 뒤로도 “잘 쓰기는 했는데 조금 부족했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결국 30만원을 더 뜯어냈다고 한다. 그 합계가 100만원이다. `100만’은 `짝수’가 아닌가? 이 또한 기이한 법칙이다. 결국 `녹비에 가로 왈자’쓰기로 `짝수’ `홀수’를 써먹은 꼴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교장이 하나에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설명절이 코앞에 다가왔다. `홀수 인사’를 기다리는 `높은분’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때마침 대구시교육청이 비위공무원에겐 챙긴 금액의 5배까지 징계부가금을 물리겠다고 팔을 걷었다. 두고 볼 일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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