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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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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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놈이 뭐가 무서워? 산 사람이 무섭지.” 재치 넘치는 이 한마디에 좌중에 웃음이 흘렀다. 어느 TV프로그램에서 들은 말인 것 같다. 스쳐 지나가면서 들은 말이어서 더 보탤 것도,뺄 것도 없다. 한적한 곳에서 만나는 사람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 터여서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이 말을 구제역에 대입하면 말이 확 달라져 버린다. “죽은 소·돼지가 무섭지 산 가축이 뭐가 무서워?” 이렇게 돼 버린다. 실제로 그렇다. 안동 서현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지도 석 달 열흘이 지나버렸다. 정부가 백신접종 카드를 뽑아 들었지만 아직도 구제역 발생은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구덩이에 들어가는 가축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까지 경북도내에서 구덩이에 파묻힌 가축이 42만6000 마리 가깝다. 보상금도 4000억원에 이른다. 더 무서운 것은 침출수가 몰아들일지도 모를 2차 환경 재앙이다.
 경북도의 새 행정타운이 들어설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일대에 `가축무덤’이 널려있다고 한다. 이곳  7곳에 840여 마리를 파묻었다는 이야기다.  2014년 도청 이전을 시발점 삼아 2027년까지 인구 10만명 규모로 자족도시를 건설한다는 게 경북도의 계획이다. 문제는 이 때까지 가축의 사체들이 흙으로 돌아갈 것이냐 하는 것이다.
 사체의 부패 기간은 묻힌 곳에 따라 똑같지가 않다. 빠른 곳은 2~3년이면 되지만  늦은 곳은 20~30년은 걸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완전 부패가 확인되지 않은 곳에 건물터를 잡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릴 수 만도 없으니 딱한 노릇이다. 아무리 다급했다 한들 행정타운이 들어설 자리에 가축 무덤을 팠는지 속내를 알기 어렵다. `바늘 허리에 실매어 쓰랴’는 속담이 생각난다. 이런 노래도 있다. “안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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