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毒杯든 한나라당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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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毒杯든 한나라당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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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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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도 먹고, 중도도 먹고, 진보까지 먹겠다?”
(cfe.org)
 
 
 
 캐치올 파티(Catch- All Party)라는 말을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학문적으로 번역하면 포괄정당(包括政堂) 또는 인중정당(引衆政黨)이다. 그러나 그냥 `잡동사니 정당’이란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다. 캐치올 파티(Catch- All Party)는 정당이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게 해서 선거 때 다수 유권자의 표심을 노리는 것을 말한다. 이것저것 모두 동원해서 집토끼뿐만 아니라 산토끼까지 잡으려고 하는 포획행위와 비슷하다.
 요즘 집권당인 한나라당을 보면 이 단어가 떠오른다.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에 혈안이 된 정치인들이 창고를 뒤져서 온갖 잡동사니를 꺼내오고, 더 놀라운 것은 옆 집 족보를 빌려까지 들고와 자기 족보라며 발표하는 모습이 기가 차다. 정당이란 선거에 이기기 위해 존재하고, 정치인이란 선거에 이겨야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해도 최근 한나라당 행태는 너무도 난삽하기 때문이다.
 선거를 통해 정당은 집권을 하고, 집권을 통해 정책을 실현하고, 다시 선거를 통해 정당은 정책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정당은 선거를 앞두고 정체성을 선명하게 부각시켜 충성스런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선거를 치룰 것인지, 아니면 더 넓은 계층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좌클릭 또는 우클릭을 할 것인지 계산하고 고민할 것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주자 정책토론회에서 ▲신혼 부부 1가구에 1주택 공급 ▲반값 아파트 제공 ▲3~5세 유치원 비용 국가 부담 ▲근로소득세 폐지 ▲성인 1인 1주택 소유 제한 등의 공약이 제시된 것은 이런 연유다. 당시 민노당의 공약이었던 부유세 도입, 토지 일부 국유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공약과 별 차이 없는 내용이었다. 모두 서민을 위한다는 수식어를 달고 있었다.
 민주당의 무상복지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던 한나라당은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놀랄 정도로 진일보(?)한 정책공약을 내놓았다. 민주당의 무상급식ㆍ무상의료ㆍ무상보육ㆍ반값 등록금 등 이른바 `3무 1반’ 정책을 잘 베낀 공약이다. 감세 철회 등을 통해 서민 예산 10조 원을 확보해서 무상복지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고 정책은 어떻게 추진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다.
 “더 큰 빵” “더 많은 빵”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포퓰리즘은 초반에 서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더 큰 빵, 더 많은 빵”은 실현 불가능한 공약일 수밖에 없고, 결국 실패하고 만다. 인기 영합적 행태에 속아 표를 준 다양한 유권자들은 실망하고 떠난다. 나라 곳간은 텅텅 비게 되고, 빚은 국민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포퓰리즘에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빵을 위해서 나라의 빚이 늘어가는 것을 모두 알면서도 그것을 멈추기는 어렵다.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의 복지국가들이 그 대표다.
 “다 공짜로 하면 나라 문 닫을 수 있다. 여당 원내대표가 집 팔아서 등록금 주는가? 아니다. 돈이 어디서 나오나. 간단치 않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나랏돈은 무한하지 않다. 한나라당은 야당의 무상복지공약에 편승하면 국민들이 표를 줄 것이란 환상에 빠져있는 것 같다. 민주당, 민노당 정책에 편승하는 것은 그들의 무상복지 포퓰리즘이 옳았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표를 얻자고 국민들을 함정에 빠뜨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한나라당의 원칙은 무엇인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보수도 먹고, 중도도 먹고, 진보까지 먹어보겠다는 계산은 맞지 않다. 모두가 등을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땅에서 석유와 가스가 쏟아지고, 금맥이 솟구치면 국민들에게 세금을 거둘 이유가 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중동의 산유국이 아니다. 국민들이 피땀 흘려 만든 물건을 팔아 번 돈으로 세금을 내야 지탱되는 나라다. 민노당과 민주당같은 야당은 그렇다치자. 왜 한나라당까지 느닷없이 `반값등록금’이라는 독배(毒杯)를 마시겠다는 것인지 한심하다. 거리에 `가짜 대학’ `무늬만 대학’이 넘쳐는 데 금쪽같은 국민세금을 학원모리배들에게 퍼주겠다니? 차라리 “선거에 져도 좋지만 나라 곳간만은 우리가 지키겠다”고 옥쇄할 각오를 하면 오히려 돌파구가 나올지 모른다. 한나라당의 요즘 모습은 마치 취객(醉客)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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