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막심 고리키를 입에 올리는 것은 그의 나이와 함께 떠오른 게 있어서다. 포항앞바다 깊숙한 곳에 물구나무서듯 쳐박혀있는 유조선 경신호다. 1988년 침몰했으니 23년이 됐다, 온갖 삶의 고통을 겪은 막심 고리키가 처녀작을 내놓은 삶의 나이와 같은 기간이다. 경신호로서는 인고의 기간인 셈이다.
고통스럽기는 경신호 뿐만 아니다. 주민들은 불안감에 시달리며 23년을 버텨왔다. 침몰된 선체 안에 500㎘를 웃도는 벙커C유가 남아 있으니 늘 찜찜할 수밖에 더 있나. 이것이 터져나오는 날엔 23년 전 겪었던 기름재앙이 또 되풀이 될 판이 아닌가. 그때 바다 위에 뻗친 기름띠가 자그마치 42㎞였다.
경신호 선체내 기름 회수작업이 드디어 내일 시작된다. 회수작업에 들어가는 돈이 자그마치 253억4000만원이 넘는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래서 예산확보하는 데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렸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한들 23년은 너무 길었다. 그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 사업이 또 생각난다. 국도 7호선과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후보지 선정이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다. 경북도와 관련되는 사업들은 어째서 이렇게 오래도록 뜸을 들이는 게 많을까. 걸핏하면 `형님예산’을 들먹이며 이기죽거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설명 한번 들어봤으면 좋겠다. 어쨌든 회수작업이 성공해서 옆구리에 폭탄을 끼고 사는 듯한 두려움이나 말끔히 풀어지게 되면 한시름 놓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김용언/ 언론인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