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는 사랑이야기다.
`초록물고기’에서 도시의 뒷골목 사이에 끼어든 순진한 청년 막동이를, `박하사탕’에서 우리 현대사의 상처를 온몸에 담고 있는 영호를 보여줬던 이창동 감독이 `오아시스’에서 데리고 나온 인물은 홍종두와 한공주다.
뺑소니 교통사고로 형 대신 교도소에서 생활하다 막 출소한 종두는 폭력과 강간미수까지 전과 3범이다. 그런 종두에게 동생은 `내 인생 방해 좀 하지 말아주라’고 부탁하고 형수는 `삼촌 없을 때는 정말 살 것 같았다”며 차분하게 얘기한다. 이제 생일 지나면 서른인 종두는 세상에 적응 못 한 정신적 장애인이다.
빈 집에 누워 라디오를 들으며 `오아시스’라는 제목의 벽걸이 양탄자를 보는 게 유일한 일인 공주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같이 살던 오빠 내외는 공주 명의로 장애인 아파트를 얻어 이사를 가고 옆집 부부는 공주가 보든 말든 공주의 집에서 정사를 벌인다. 방 한구석에 놓여있는 식물과 다를 것 없는 공주의 취미란 손거울로 비둘기를 만들며 상상의 날개를 펴는 것뿐이다.
어느 날 공주에게 막 출소한 종두가 찾아온다. 공주는 형이 냈던 뺑소니 사고로 죽은 청소부의 딸. 종두가 찾아간 이유는 그냥 궁금해서다. 오아시스 벽걸이에 비치는 창밖 나뭇가지의 그림자를 무서워하는 공주는 종두에게 도움을 청하고 둘은 서로 가까운 사이가 된다.
서로 `공주마마’와 `홍장군’이라 부르며 생애최고의 시간을 즐기는 두 사람은 여느 연인들처럼 얼굴을 흉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색깔도 물어보며 연애를 한다.
나이 서른인 사회부적응자 종두·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공주
서로`공주마마·홍장군’이라 칭하며 생애 최고의 시간을 즐기는데
그런 두 사람 보는 가족·사회 시선들 삐딱하기만 하고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순탄치만은 않다. 어머니의 생일잔치에 공주를 데려간 종두는 자신을 한심해 하는 가족들로부터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다’며 타박을 맞고 종두에게 노래도 하고 장난도 치고 싶은 공주는 상상만 할 뿐 표현할 길이 없다.
어느 날 둘은 공주의 아파트에서 육체적인 사랑을 나누고 이를 우연히 방문한 공주의 오빠에게 들켜 종두는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다.
훌쩍거리는 코에 산만하게 다리를 떨며 고개를 숙인 채 불안한 듯 상대를 올려다 보는 눈.
설경구가 연기하는 종두는 그 동안 한국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캐릭터이면서도 길거리 어디선가 본 듯한 인물이다.
문소리가 표현하는 공주의 모습도 `사실적’이다. 공주는 예뻐보이지도 않고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지만 반대로 동정을 받을 만큼 과장되지도 않았다.
앞선 두 영화에서 근대화의 현대사 속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상처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던 이창동 감독은 영화 `오아시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적어도 사랑은 있다’는 해피엔딩을 보여주고 있다.
제59회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인 `베네치아59’ 초청작이기도 하다.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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