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연애 화끈하고 통렬하게 그려내다
  • 이부용기자
남녀의 연애 화끈하고 통렬하게 그려내다
  • 이부용기자
  • 승인 201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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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DVD `연애의 목적’

 고등학교 교사 유림(박해일 분)에게는 6년 사귄 교사 애인이 있다. 그는 적당히 사회적이고 이기적인 인물이다. 그의 앞에 교생 홍(강혜정 분)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는 `자식 같고 부모 같은’ 애인과 결혼해서 크게 모난 것 없는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홍의 출현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다.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홍으로 인해, 그러니까 여자 때문에 멀쩡한 남자의 인생이 망가진 것이 아닌가싶다. 불륜 혹은 치정 스토리에서 어김없이 남자보다 여자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시선이다. 폭력적이고 남성 우위적인 시선. 이런 사건에서 여자는 대부분 `스토커’로 둔갑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조금 더 들여다보자. 홍에게는 번듯한 의사 애인이 있었고 결정적으로 유림에게 관심이 없었다. 이럴 때 진실과 사실은 평행선을 달린다.
 제목이 흥미롭다. 순진함을 가장한 발칙함이다. 연애의 목적이라니. 사랑의 순수성을 처음부터 무시하는 뉘앙스다. 과연 연애의 목적은 무엇일까. 결혼? 섹스? 위안? 하긴 그렇다. 목적도 없이 연애하란 말인가. `사랑’ 그 자체도 `목적’인 것이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설득력 있게 드라마를 끌고 나간다. 누구에게나 빈틈은 있다. 정신나간 것 같은 유림의 저돌적인 애정공세가 홍에게 먹히는 까닭은 홍에게 치유하기 힘든 사랑의 상처가 있기 때문. 홍의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실수로 모두 삭제해버리는 유림의 기막힌 행동도 어쩌면 홍에게는 아픈 기억을 모두 지워주는 `운명적’ 사랑일 수 있다.
 

순수청년 박해일 배반 때린 변신·강혜정의 능청스런 연기
흔들리는 카메라와 함께 두 인물 감성 섬세하게 포착

한가한 연애담 아닌 진한 성인 버전, 타 로맨스물과 차별

배경 학교·치근덕거림 성폭력 요소 다분…아쉬움 남아

 “같이 자자”, “키스 하자”는 유림의 유아적인 추근덕거림 역시 현재의 애인이 채워주지 못하는 빈자리를 치고 들어온다. 홍의 의사 애인은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친구들 앞에서 거짓으로 포장하기에 급급하다. 홍이 유림의 행동에 `학을 떼면서도’ 밀고 들어오는 그의 입술과 응석을 때로는 받아주는 것은 그러한 심리.
 영화가 그저 그런 청춘 연애극에 그치지 않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홍의 가슴에 뚫린 구멍과 그것을 꿰차는 유림의 행동은 명백히 `18세 관람가’다. 소녀적 환상에 호소한 한가한 연애담이 아니라 진한 성인 버전인 것이다. 그 고민도, 그 감성도, 그 섹스도 말이다.
 이 지점에서 두 배우의 연기는 분명 눈길을 끈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영화에 올인한 노력이 스크린에 그대로 묻어난다. 기존의 해맑은 이미지에 보기 좋게 `배반을 때린’ 박해일의 변신도 그러하고, 강혜정의 아낌없는 연기도 또래 연기자들과 차별을 이룬다.
 이들 덕분에 영화 속 캐릭터는 생생하게 살아난다. 적당히 치사하고 이기적인 유림과 마음의 문을 꽁꽁닫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도발적인 홍의 흥미진진한 밀고당기기. 가끔씩 흔들리는 카메라와 함께 영화는 마치 펜으로 초상화를 그리듯 두 인물의 감성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칭얼대는 유림의 행동은 사랑의 욕망 이 요의를 느끼는데도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자의 절박하고 미칠 것 같은 심정과 다를 바 없음을 전한다.
 그러나 영화는 몇가지 위험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유림이 홍에게 덤비는 과정은 아무리 `좋아한다’는 감정으로 봐도 성폭력의 요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 교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교생을 농락하는 유림의 행동은 감옥에 가도 마땅한 것. “좋아서 그런 거잖아요. 내가 잘못 한게 뭐에요?”라고 천진난만하게 말한다고 용서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영화는 단순한 설정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여기는 고등학교’라는 사실을 상기킨다. 학교이기에 막판 홍의 `살풀이’가 보다 극적일 수 있었겠지만 `연애의 목적’이 달성된 후에도 뒷맛이 개운하지만은 않은 것 역시 그 때문이다. 이들의 연애담이 아무리 치열하다 해도 무슨 `독립운동’은 결코 아닌 것이다.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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