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된 임진왜란 - 김시덕 지음 l 학고재 l 360쪽 l 1만7000원
임진왜란 이후 찾아온 에도(江戶) 막부 시대에 일본에서는 임진왜란에 관한 다양한 책이 출간됐다. 임진왜란이 663년 백촌강(한국의 금강) 전투 이후 근 1000년 만에 일본이 외국에서 벌인 전쟁이다 보니 일본인들의 관심이 높았다. 당시 출판인들이 독자들의 이런 소비심리를 놓칠 리 없었다.
이 시기 발간된 임진왜란 문헌의 특징은 삽화가 다수 수록됐다는 점이다. 목판인쇄술과 출판시장이 발달하고 있었지만, 필사본을 읽을 수 있는 이들은 여전히 엘리트 계급 중심이었다. 그러다 보니 문자해독률이 별로 높지 않은 중하급 무사, 상인, 농민 등 다양한 계급의 독자를 겨냥해 삽화가 많은 책이 쏟아져 나왔다.
`일본인의 관점에서 본 임진왜란’ 연구에 몰두해 온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조교수는 당시 책들에 실린 삽화에서 조선과 대외전쟁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각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점에 주목했다. 수많은 삽화를 살펴본 그는 최근 출간한 `그림이 된 임진왜란’(학고재)에서 이 그림들의 의미를 소개했다.
저자는 에도 시대 `베스트셀러’였던 `에이리 다이코기’(繪入太閤記), 임란 관련문헌 가운데 처음으로 삽화를 대량 수록한 `에혼 조선군기’(繪本朝鮮軍記)를 비롯해`에혼 다이코기’(繪本太閤記), `에혼 조선정벌기’(繪本朝鮮征伐記) 등을 연구 자료로 삼았다.
조선의 이런 `전쟁영웅’들에 대한 일본 문헌들의 평가는 징비록과 큰 차이가 없다. 이를테면 이순신은 일본인의 눈에도 패배를 모르는 장군이자 모함을 받았다가 전장으로 복귀하는 `영웅신화’의 주인공으로 그려진다. `조선정벌기’에 수록된 삽화에는 전투 중 팔에 맞은 총탄을 빼내 피가 솟구치는 가운데서도 태연자약한 이순신의 모습이 발견되기도 한다.
전쟁 기록에서 종종 나타나는 신화·종교적 요소도 찾아볼 수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태양의 아들’로, 임란 당시 왜군을 지휘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는 `호랑이 잡는 장수’로 묘사된다. `에혼 다이코기’에는 조·명 연합군이 관우의 힘을 빌려 일본군을 물리치려 했다는 내용도 보인다.
`임진왜란 통사(通史)’를 표방한 책은 아니지만, 전쟁 발발부터 조선-일본 간 강화협상과 결렬, 이후 왜군이 재침략한 정유재란 등 전쟁 전후의 전반적인 과정도 다양한 삽화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일본의 임진왜란 관련 고문헌을 연구하면서 이들 문헌에 실린 삽화만으로 7년 전쟁의 거의 모든 국면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며 “이처럼 방대한 삽화들이 한일 양국 학계에서 외면받고 일반 저술계에서 자의적으로 이용되는 현실은 바로잡혀야 한다”고 말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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