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활짝 핀 안동
  • 정재모
백일홍 활짝 핀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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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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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백일홍(百日紅)은 목(木)백일홍도 있고 한해살이풀 백일홍도 있다. 열흘 붉은 꽃 없다는 옛말이 무색하게 백일 동안 붉은 꽃이 피어 있다는 부처꽃과의 낙엽교목이 배롱나무이며 이것이 곧 목백일홍이다. 주지하듯 배롱나무는 예로부터 서원, 사찰, 무덤가 등에 많이 심었다. 그 이유에 대해 혹자는 청렴을 상징하는 나무라서 그렇다고 하지만 배롱나무가 어떤 점에서 청렴과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수긍할 만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배롱’은 `백일홍’이 음운변동을 거친 것이려니와 한자말로는 자미(紫薇)라 한다. 한서(漢書)에는 자미를 북두성 위쪽의 별 이름이라고 했다. 북두가 천제(天帝)이매 자미는 천제의 거처인 셈이어서 일찍이 황궁(皇宮)을 가리키는 말로도 썼다. 불사이군 충절의 상징으로 삼았던 까닭이리라. 고려동(高麗洞)으로 속칭하는 경남 함안군 모곡리 담안이라는 마을은 고려를 무너뜨린 조선왕조를 인정치 않겠노라며 이곳에 숨어든 재령 이씨 모은 이오(茅隱 李午)의 세거지다. 여기에 지금도 배롱나무가 유난히 많다.

 당나라 때 한림원과 중서성(中書省)을 자미성(紫微省)이라고도 했는데, 그 관청에 자미를 많이 심었기 때문이다. 한림원과 중서성은 황명을 받들어 관직 사령장을 쓰는 곳이다. 그래 그곳 붓이 온갖 벼슬을 내기에 마치 자미가 붉은 꽃을 피워내는 것에 비유되므로 자미를 즐겨 심었을 거라고 한다. 서원이나 서당 같이 공부하는 시설물에 유난히 배롱나무가 많은 까닭을 여기서 짐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문도(門徒) 중에 벼슬길에 나아가는 자가 백일 동안이나 붉게 만발하는 자미화처럼 오래토록 끊임없이, 그리고 지천으로 많아 달라는 희원(希願) 말이다.
 안동이 요즘 배롱나무꽃 향기에 휩싸였다. 안동은 역사 속에서 충신과 열사를 숱하게 배출한 곳이다. 특히 조선시대 명재상 서애 유성룡, 대 성리학자 퇴계 이황 같은 분들과 인연 깊은 서원을 다수 품은 안동이다. 그 안동을 지금 배롱나무꽃이 뒤덮었다는 거다. 병산서원과 도산서원, 육사로(陸史路)를 비롯한 시가지 주요 도로 곳곳이 분홍색 백일홍꽃 물결로 넘실댄단다. 문일평이 화하만필에서 `백일홍은 `5~6월에 피기 시작하여 7~8월에 가서 그친다’고 했으니 팔월로 접어드는 지금 오죽 장관이랴 싶다. 충절의 고장, 선비와 조선의 이름 있는 인물들이 나고 살았던 고장인지라 지금 그 백일홍 꽃천지 분위기, 정말 각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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