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정치권
  • 한동윤
반기문 총장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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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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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김성곤 의원 “통일관련 업무나 하라”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차기 대권경쟁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것은 지난 17~18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였다. 반 총장의 이 지지율은 39.7%로 야권 선두인 박원순 서울시장(13.5%)보다 무려 3배가량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2.8%에 불과했다.
 그러자 반 총장에 대한 정치권의 `견제(牽制)’가 시작된 인상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의 외교부 상대 국정감사에서 반 총장의 향후 정치진로에 관해 여야 의원들이 이러쿵저러쿵한 것은 대권에 가장 근접한 반 총장을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이 심하다.
 유기준 국회외교통일위원장은 지난 27일 외교부 국감에서 “최근 미주반의 (재외공관) 국정감사에서 반기문 총장을 만났다. 대선에 대해 물어보니 반 총장은 `몸을 정치 반(半), 외교 반(半) 걸치는 것은 잘못됐다. 안 된다’고 얘기하셨다. 직접 얘기하셨고 제가 적어뒀다”고 했다. 극히 개인적인 대화다. 언론 보도를 염두에 두지 않은 비공식적 입장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국회외교통일위원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반 총장의 발언을 불쑥 소개한 것이다. 지극히 부적절한 언행이다.
 반 총장 발언을 대선에 `출마하겠다’ 또는 `출마하지 않겠다’ 어느 쪽으로 해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몸을 정치 반(半), 외교 반(半) 걸치는 것은 잘못됐다. 안 된다’는 말은 국제기구인 유엔을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 국내정치에 걸치는 행위 자체가 옳지 않다는 판단을 밝힌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으로 봐야 한다. 그걸 외교통일위원장이 자랑이라도 하듯 공개회의에서 소개한 행위는 극히 비상식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의원의 발언은 더 가관이다. 김 의원은 같은 날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반 총장이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한 결과를 언급하며 “개인적으로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정치권으로 들어오는 것보다 국제평화재단이나 통일관련 업무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반 총장은 야당이 앞선 대선 레이스에 `끼어들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로 들린다. 김 의원은 “과거엔 유엔 사무총장 퇴임 후 대통령직을 수임한 사례가 있지만, 한국 대선판이라는 게 훌륭한 인물도 우습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반기문 총장을 아끼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안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 총장을 아끼는 양 하면서 반 총장을 대권 레이스에서 슬그머니 밀어내려는 속셈이 읽힌다.
 반 총장이 국내정치에 관심을 보인 사실이 없다. 더더구나 차기 대권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국민의 39.7%가 `외교관’인 반 총장에 기대를 걸고 “나라를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반 총장을 대권주자로 지지한 것이다. 거기에는 싸움질에 이골이 난 여야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실망과 반감이 섞여 있을 것이다. 특히 새정연으로서는 반 총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낙점되는 순간 대통령선거는 치러보나 마나라는 위기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반 총장의 정치진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반 총장의 인기가 높기도 하지만 2년 후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뒤 국내에 복귀하면 그 지지가 폭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반 총장의 지지는 젊은 층에서 압도적이다.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직업별 반 총장 지지율은 대학생(55.5%)에서 1위, 그 다음은 전문직(43%)과 자영업자(41.1%) 순이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48.8%)에 이어 20대(45.7%)도 지지가 비슷하게 높다. 그 뒤는 50대(43.9%), 40대(31.5%). 30대(28.3%) 등이다. 지역별로는 그의 고향인 충청권(35.1%)이나 서울(39%), 부산·경남(39.5%)보다 호남권(47.8%)에서 최고를 찍었다. 오히려 대구·경북(28.7%)에선 다소 낮았다.
 지지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과반수(52.4%) 지지를 받았고, 무당파 측 지지율(37.2%)도 높다. 새정치연합 지지층도 4명 중 1명 꼴인 25.7%가 지지했다. 보수와 진보, 영·호남과 연령의 고저(高低)에 상관없이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는 그는 지역과 세대간 대립이 첨예한 국내 정치 상황에 비추어 보면 매우 독특한 지지 기반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이 반 총장을 두려워할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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