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차기 대권경쟁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것은 지난 17~18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였다. 반 총장의 이 지지율은 39.7%로 야권 선두인 박원순 서울시장(13.5%)보다 무려 3배가량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2.8%에 불과했다.
그러자 반 총장에 대한 정치권의 `견제(牽制)’가 시작된 인상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의 외교부 상대 국정감사에서 반 총장의 향후 정치진로에 관해 여야 의원들이 이러쿵저러쿵한 것은 대권에 가장 근접한 반 총장을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이 심하다.
유기준 국회외교통일위원장은 지난 27일 외교부 국감에서 “최근 미주반의 (재외공관) 국정감사에서 반기문 총장을 만났다. 대선에 대해 물어보니 반 총장은 `몸을 정치 반(半), 외교 반(半) 걸치는 것은 잘못됐다. 안 된다’고 얘기하셨다. 직접 얘기하셨고 제가 적어뒀다”고 했다. 극히 개인적인 대화다. 언론 보도를 염두에 두지 않은 비공식적 입장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국회외교통일위원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반 총장의 발언을 불쑥 소개한 것이다. 지극히 부적절한 언행이다.
반 총장 발언을 대선에 `출마하겠다’ 또는 `출마하지 않겠다’ 어느 쪽으로 해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몸을 정치 반(半), 외교 반(半) 걸치는 것은 잘못됐다. 안 된다’는 말은 국제기구인 유엔을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 국내정치에 걸치는 행위 자체가 옳지 않다는 판단을 밝힌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으로 봐야 한다. 그걸 외교통일위원장이 자랑이라도 하듯 공개회의에서 소개한 행위는 극히 비상식적이다.
반 총장이 국내정치에 관심을 보인 사실이 없다. 더더구나 차기 대권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국민의 39.7%가 `외교관’인 반 총장에 기대를 걸고 “나라를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반 총장을 대권주자로 지지한 것이다. 거기에는 싸움질에 이골이 난 여야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실망과 반감이 섞여 있을 것이다. 특히 새정연으로서는 반 총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낙점되는 순간 대통령선거는 치러보나 마나라는 위기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반 총장의 정치진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반 총장의 인기가 높기도 하지만 2년 후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뒤 국내에 복귀하면 그 지지가 폭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반 총장의 지지는 젊은 층에서 압도적이다.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직업별 반 총장 지지율은 대학생(55.5%)에서 1위, 그 다음은 전문직(43%)과 자영업자(41.1%) 순이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48.8%)에 이어 20대(45.7%)도 지지가 비슷하게 높다. 그 뒤는 50대(43.9%), 40대(31.5%). 30대(28.3%) 등이다. 지역별로는 그의 고향인 충청권(35.1%)이나 서울(39%), 부산·경남(39.5%)보다 호남권(47.8%)에서 최고를 찍었다. 오히려 대구·경북(28.7%)에선 다소 낮았다.
지지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과반수(52.4%) 지지를 받았고, 무당파 측 지지율(37.2%)도 높다. 새정치연합 지지층도 4명 중 1명 꼴인 25.7%가 지지했다. 보수와 진보, 영·호남과 연령의 고저(高低)에 상관없이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는 그는 지역과 세대간 대립이 첨예한 국내 정치 상황에 비추어 보면 매우 독특한 지지 기반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이 반 총장을 두려워할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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