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간 중 신현돈 제1군사령관이 위수지역을 벗어나고, 음주 추태를 부리는 등 고위 지휘관으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했다는 폭로기사가 언론을 도배했다. 신 사령관이 충북 청주 모교에서 안보강연을 한 뒤 고향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만취한 신 사령관이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흐느적거리자 수행원들이 사령관 모습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민간인들의 화장실 출입을 제지하다가 항의를 받아 꼬리를 잡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시는 대통령이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이어서 군에 특별경계태세가 내려진 상태였다.
신 사령관은 음주 추태 사실이 확산되자 전역지원서를 제출했고, 국방부는 신 사령관을 전역 조치했다. 신 사령관은 육사 35기로 계급은 대장이다. `별 4개’ 4성 장군의 목이 하루 아침에 날아간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신 대장의 음주 추태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사실이다. 신 대장이 전역한 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다니면서 “국방부가 신 대장의 음주 추태를 과장해 강제 전역시켰다”는 비난이 일자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당시 수행원이 과도한 경호를 했으나 화장실 이용객과의 신체적 접촉이나 실랑이는 없었다”고 신 대장의 명예를 일부 회복시켜준 것이다. 김 대변인은 “복장이 흐트러진 모습을 노출했으나 추태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 언급은 지난 9월 2일 국방부가 밝힌 “신 전 사령관이 6월 19일 모교 방문 안보 강연을 한 뒤 저녁 시간에 반주를 곁들이다 품위 위반 행위가 있었다”는 설명을 뒤집은 것이다.
현역 육군대장이, 그것도 야전군 사령관이 군에 특별경계태세가 내려진 가운데 위수지역을 벗어나 음주 추태를 부렸다면 당연히 옷을 벗어야 한다. 그것도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라면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러나 4성장군의 옷을 벗기면서 사실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4성 장군’이 땅에서 솟아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일부에서는 신 대장의 추태 사실이 보도되자 청와대의 질책이 있었고, 국방부가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서둘러 조치했다는 것이다.
당시 권오성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신 대장의 추태가 벌어진 9일 뒤인 6월 28일, 이 사건을 김관진(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당시 장관에게 보고했다. 한민구 국방장관도 장관 후보자 신분으로 보고 받았으며, 취임 이후인 7월 중순과 8월 중순 두 차례에 걸쳐 신 전 사령관을 만나 “조심하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비공개 경고로 사실상 사건을 종결하고 외부 공개는 일절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8월 말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이 이 사건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일부 언론도 취재에 나서자 국방부는 뒤늦게 이 사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전역 조치하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방부는 9월 2일 “신 사령관이 책임을 느끼고 자진 전역을 신청, 전역 조치됐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신 전 사령관은 지난달 30일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청구하며 `복장은 정상 착용했다’, `과음은 없었다’, `대비 태세 기간이지만 상급부대 보고 및 승인 후 출타했다’고 주장했다. 육군대장의 음주 추태도 한심하지만 그 일을 처리한 국방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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