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와 한국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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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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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목 대구가톨릭대 영어학부 교수
[경북도민일보] 최근 영화 ‘국제시장’의 관객 수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공전의 대성황을 이뤘다. 이 영화에는 60~70년대 한국의 젊은이들이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근로자로 파견돼 일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은 독일사람들이 기피하는 3D업종을 대신하기 위해서 독일에 노동자로 초청을 받아 일하러 갔다. 독일어에 ‘Gastarbeitersdeutsch’ 라는 단어가 있다. ‘Gast’는 손님, ‘Arbeit’는 한국인들이 흔히 말하는 아르바이트, 줄여서 알바, 하지만 원래 일, 노동의 의미이다. 여기에다 영어든 독일어든 ‘-er’은 사람을 의미하고 ‘deutsch’는 독일을 가리킨다. 그래서 ‘Gastarbeitersdeutsch’는 초청노동자독일어이다. 이들이 바로 ‘Gastarbeiter’인 것이다. 전통적으로 많은 터키인들이 독일에서 노동자로 일을 하는데 이들 뿐만 아니라 독일에서 일하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노동자들이 사용하는 독일어가 ‘Gastarbeitersdeutsch’인 것이다. 원래의 독일인 대비 외국인노동자의 비율이 커짐에 따라 이들이 잘못 사용하는 독일어가 표준독일어에 그릇되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약 8000여만명의 독일인구 중에 약 1500만명이 20세기 후반에 독일로 이주했거나 이들이 후손이라는 것으로 이는 전체 독일인구 중 약 5분의 1에 해당된다. 하나의 언어에서 5분의 1의 인구가 사용하는 어휘의 빈도가 증가하면 이는 점차 힘을 얻게 되어 정식언어로 편입되고 원래의 언어에는 변형이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Gastarbeitersdeutsch’, ‘초청노동자독일어’라는 말이 생겼을 것이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노동자들이 밀려오기 시작하였다. 경제와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사람들이 ‘더럽고’, ‘어렵고’, ‘힘든’ 3D업종을 기피함에 따라 1990년대부터 동남아의 외국인들이 초청노동자로 우리나라에 초청돼 주로 3D업종에 종사하게 됐으며, 2014년 현재 이들의 수는 130만 명에 이른다. 5000만 대한민국 인구 대비 130만 명은 전체인구 중 50분의 1이라 5분의 1에 이르는 독일에 비하면 ‘초청노동자한국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내기에는 그 수가 미미하므로 한국어의 손상을 걱정하는 것은 기우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 외국인이주민들이 일을 하러 왔거나 결혼해서 왔거나, 또는 이들의 2세들이거나 이 사람들이 한국 땅에서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언어, 한국어의 중요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우리와 언어와 문화를 달리하는 동남아를 비롯한 각국의 이주민들이 노동이든, 결혼이든 우리나라에서 정착을 하고 이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식이든 이들이 겪게 되는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제 독일과 기타 이민국가의 선례를 연구 및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필자는 특히 언어의 문제, 한국어교육의 중요성을 짚고 싶다. 언어정책과 교육은 정말 중요한 문제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민족의 얼을 말살하기 위해서 한국어사용을 금지하고 창씨개명을 한 것은 언어가 다른 민족정신과 문화유산, 전통과 관습을 모두 담고 있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서 이주민들과 2세들이 한국에서 쉽게 적응하고 어려움을 덜 겪으면서 살기 위해서는 한국어의 학습, 보다 더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와 관련기관에서도 이러한 언어적인 문제를 보다 더 중요시해 한국어교육에 보다 더 큰 비중에 주어지고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민자들에 대해 국적취득과정에서의 한국어교육뿐 아니라 외국인이주민 본인, 그리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2세들의 한국어교육을 강화해 한국에서 생활하고 한국인으로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의 한국어에 대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사회, 경제적 지원도 지원이지만 한국어학습에 대한 기회가 더욱더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본다.
 언어는 개인이나 사회의 거울이다. 한국어를 잘하면 한국인의 얼이 담긴다. 서울사람들은 서울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골이라 한다지만, 옛날 우리가 어릴 때 서울에서 대구나 경북의 지방에 있는 학교로 전학 온 학생들에게 우리는 우리와 다른 서울말을 쓴다고 놀린 적이 있지 않은가? 같은 한국사람끼리도 그러한데, 외국인이주민들에게는 한국어의 구사 정도가 더욱 더 큰 문제가 아닐까? 한국어를 잘하고 미묘한 표현이나 뉘앙스도 이해할 수 있는 한국어능력을 통해 대화가 되고 소통이 이뤄짐으로서 한국어에서 말하는 “우리가 남이가?”에서의 우리에 들어올 수 있게 되며, 우리라는 인식에서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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