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황우여·유일호·유기준 꿩 먹고 알 먹고?
  • 한동윤
최경환·황우여·유일호·유기준 꿩 먹고 알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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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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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국회의원 ‘양 손의 떡’에 취한 겸직장관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새누리당 현역 의원으로 박근혜 정부 내각에 진출한 장관은 4명이다. 이완구 국무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유일호 국토부 장관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모두 6명으로 늘어난다. 내각의 3분의 1이 현역 의원 출신인 ‘의원내각’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 6명이 모두 ‘지역구 의원’이라는 점이다. 내년 4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면 이들이 장관직을 내놓고 선거에 출마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각에 공백이 생겨 국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 때문에 이완구 총리와 유일호 국토, 유기준 해양수산 장관은 ‘11개월 짜리 시한부 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겸직 장관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90일 전(내년 1월 14일)에는 장관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 경우 장관 임기는 최대 10개월에 그친다.
 박근혜 대통령이 ‘11개월 짜리 시한부 장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현역 지역구출신 의원을 각료에 임명했는지, 아니면 이들로부터 내년 총선 불출마 약속을 받고 기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만약 이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고 각료직을 사퇴하면 이 또한 인사실패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국정안정과 정책의 연속성을 생각하지 않고 의원들에게 ‘경력 쌓기용’ 장관 자리를 남발했다는 비난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당으로) 돌아올 생각하지 말라”는 뼈 있는 말을 남긴 것은 국무위원 자리를 ‘경력 쌓기용’으로 이용하려는 겸직 장관들을 겨냥한 것이다.
 현재 장관-국회의원을 겸직 중인 6명의 의원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완구 총리만이 “국무총리를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하겠다”고 불출마를 약간 시사한 게 전부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유일호(재선·서울 송파을) 국토교통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3선·부산 서) 인사청문회에서는 이들의 20대 총선 출마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유일호 후보자 청문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의원은 “(장관으로서)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은데 (출마하려면) 장관직을 고사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 후보자는 “만약 출마를 하면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제도의 기초는 단기간에도 만들어 놓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총선 출마 여부는 고민 중”이라면서도 “출마나 불출마 여부보다 (장관직을) 열심히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양 손의 ‘떡’을 모두 쥐고 가겠다는 속셈이다.
 유기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새정연 황주홍 의원은 “10개월 장관직을 수행하고 내년 총선에 출마하면 본인 경력 관리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해수부 차원에서는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후보자는 “정치 일정은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장관의 임기는 임면권자의 의지에 달린 것”이라는 답변으로 얼버무렸다. ‘사퇴 시한이 다 됐을 때 대통령이 더 도와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유기준 후보자는 “미래의 가정에 대해 답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역시 즉답을 피했다. 몸은 내각에 있지만 머리는 ‘국회의원’에 꽂혀 있는 모습이다.
 국회의원 겸직 장관은 뜨거운 감자다. 새누리당 의원의 내각 차출을 비판한 새정연도 과거엔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았다. 노무현 시절 의원 겸직 각료는 모두 9명. 이들 임기는 가장 짧은 김영진 농림부 장관(5개월)부터 가장 긴 이해찬 국무총리(1년9개월)까지 평균 14개월에 불과했다.
 김대중 정부는 15명을 내각으로 차출했다. 평균 임기는 11개월. 박태준 국무총리(4개월), 오장섭 건설교통부 장관(5개월), 유용태 노동부 장관(4개월), 정우택 해양수산부 장관(6개월) 등 4명은 임기가 6개월 이하였다.
 새정연이 과거를 잊은 듯 새누리당 의원의 입각을 비판하는 것도 우습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과 국회의원이라는 ‘양손의 떡’을 쥐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겸직 장관들은 더 딱하다. 장관직은 연습이나 경력 쌓기용이 절대로 아니다. 장관이나 의원 중 하나를 빨리 선택하기 바란다. 그게 대통령과 국민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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