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수장이와 스콧 니어링
  • 경북도민일보
석수장이와 스콧 니어링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5.0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경일 동국대 대학원 객원교수
[경북도민일보]  1960년대의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석수장이’ 라는 동화가 한 편 실려 있었다.
 채석을 해서 생계를 이어가는 한 젊은이가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정과 망치로 바위를 쪼고 있다.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몸은 고단했다. 그 때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화려한 마차 행렬이 지나가고 있었다. 일을 멈추고 가만히 살펴보니 임금님의 행차였다. 순간 석수장이는 임금이 한없이 부러웠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나도 한 번 임금이 되어보았으면…’ 그 때 어디선가 큰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부터 너는 임금이 되어라~. 그리고 석수장이는 갑자기 임금이 되어 황금빛 깃발이 펄럭이는 대열의 한 가운데에서 마차를 타고 가고 있다.
 마침 여름이라 날은 몹시 무더웠고  땀이 흘러 내렸다. 목을 빼서 하늘을 보니 이글거리는 태양이 불타고 있다. 임금보다 태양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나도 태양이 되었으면…’ 또 하늘에서 소리가 들리더니 금방 작열하는 태양이 된 것이다. 두루 세상을 구경하고 빛을 비추니 무엇 하나 부러울 것이 없었다.
 마침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재미있게 구경하는데 별안간 난데없는 구름이 몰려오더니 시야를 가려버리는 것이다. 아무리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도 보이지가 않는다. 구름이 더 나아 보였다.
 ‘나도 구름이 되었으면…’ 순식간에 또 구름이 된 것이다. 거침없이 다니고 구경하면서 비를 마구 뿌려댔다. 심술이 나면 잔칫집에도 초상집에도 비를 마구 퍼 부었다. 한 번은 산을 하나 지워버리기 위해 며칠을 두고 밤새도록 비를 쏟아 부었다.
 그러나 바위산이어서 꿈적도 하지 않는다. 바위가 또 부러웠다. ‘바위가 되었으면…’ 또 바위가 된 것이다. 환한 얼굴로 아무 걱정이 없이 드러누웠는데 한 젊은 석수장이가 정과 망치를 들고 다가오더니 얼굴을 쪼기 시작한다.
 단단한 바위도 어쩔 수가 없다. 석수장이가 더 좋아 보였다. ‘나도 석수장이가 되었으면…’ 순식간에 석수장이가 되어 옛날 그 자리에 앉아있다. 이것이 동화의 줄거리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었지만 심오한 내용이다. 오히려 중년 이후의 어른들이 읽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무슨 일이든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것은 없다. 어려움도 있고 부족함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 무엇을 하든지, 무엇을 가지든지 간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다는 가르침으로 보인다.
 스콧 니어링은 채식주의자로 꼭 100살을 살다가 1983년에 작고한 분이다. 100살이 되던 해 스스로 곡기를 끊고 평화롭게 자신의 죽음을 만들어간 미국의 경제학자이다.
 그는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강직한 성격으로 인해 대학교수 자리에서 쫓겨난 이후 버몬트 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정착하여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 그 때 그를 찾아온 여성이 헬렌이었는데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녀와 함께 살았다.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유지하며 조화로운 삶을 살았고 절제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모범답안처럼 보여준 분이다. 하루에 4시간은 육체노동을 하고, 4시간은 지적활동을 하며, 그리고 4시간은 좋은 사람들과 친교활동을 하는 것을 일관되게 유지했던 사람이다.
 돈이 필요하면 단풍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여 시럽을 만들어 팔았는데 필요한 만큼만 생산했다. 과잉생산은 자본주의의 병폐라고 그는 생각했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가 아니라 필요한 만큼이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자서전에 이런 말을 남기고 있다. “나는 인생을 즐기거나 다른 사람의 노동에 의지해서 살아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내가 이 땅에 온 것은 일을 하기 위해 그것도 있는 힘을 다해, 힘 닿는데까지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이다. ”
 가슴에 새겨두고 싶은 말이다. 다만 자신이 정한 나이만큼 살았다고 스스로 곡기를 끊고 죽음을 맞은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생명은 자연이 준 것이지 스스로 선택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것만 빼면 자연에 순응하고 절제하면서 살아간 스콧 니어링의 삶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교훈이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노후의 생활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한다. 어렵고 힘든 삶이지만 스스로 만족하고 절제하는 삶을 만들어 간다면 같은 힘이 들더라도 행복감은 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석수장이의 교훈을 스콧 니어링은 실천한 사람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