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 뜨거운 ‘친 노무현계-동교동계’ 불협화음
  • 한동윤
낯 뜨거운 ‘친 노무현계-동교동계’ 불협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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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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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도와 달라” 동교동계 “못 도와주겠다”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4·29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벌어지는 문재인 대표와 동교동계 사이의 ‘밀당’(밀고 당기기)을 지켜보노라면 한심하다는 생각부터 앞선다. 먹을 것을 놓고 다투는 애들도 아니고, 재·보선이 당장 코앞인데 “도와 달라”, “못 도와주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그렇다.
 양측 갈등이 확인된 건 지난달 31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는 매주 화요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김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데 이 자리에서 동교동계가 “문재인을 돕지 말자”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특히 동교동계 좌장격인 권노갑 고문이 새정연을 탈당하고 국밈모임과 무소속으로 각각 재보선에 출마한 정동연·천정배 전 의원을 맹렬히 비난하고 문 대표를 지원하는 데 대한 반발이 있었다고 한다.
 5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권 고문의 재·보선 지원 의사에 대해 이훈평 전 의원이 “우리 뜻이 뭔지 거수로 확인하자”고 제안했고, “문 대표를 지원하자는 데 손든 사람은 한 명도 없고, 하지 말자는 데 전원이 손을 들었다”고 이 전 의원이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 배경에 대해 “문재인 대표 등 친노(親盧)에 대한 앙금, 새정연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호남 정서 등이 뒤섞여 있다”고 한 참석자가 풀이했다. 당시 권 고문은 얼굴이 굳어지고 뻘게지면서 매우 난처해했다고 한다. 동교동계의 문 대표와 ‘친노’에 대한 감정이 읽힌다. 이 전 의원은 “친노는 (2003년) 정권을 잡자마자 당을 깼고, 대북 송금 특검을 했다. 이후 동교동 사람들은 정치 활동을 못했다. 새정연 광주 지역 현역 의원이 7명이다. 그런데 왜 선거 때만 되면 권 고문과 동교동계가 용병처럼 끌려 다녀야 하느냐. 선거 끝나면 팽개치면서…”라고 울분을 토했다. 2002년 대선 때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光州’(광주)가 아니었으면 대선후보도 될 수 없었고, 대통령은 더더욱 될 수 없었다. 전국순회 경선에서 ‘광주’는 호남출신 한화갑 후보나 1위를 달리던 이인제를 제쳐두고 노무현을 선택했다. ‘노무현 바람’은 그렇게 광주에서부터 불었고, 결국 노 후보는 당선됐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한 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북불법송금특검’을 받아들였다. 특검에 의해 김대중 정권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수 억 달러를 불법송금한 사실이 드러났고, DJ의 오른팔 박지원이 구속됐다. 대북불법송금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을 “돈으로 샀다”는 폄훼가 시작됐고, 김 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에도 싸늘한 시선이 꽂혔다.
 이게 다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은 자기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민주당을 “낡은 지역구도의 상징”이라고 낙인 찍고 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광주’와 동교동계가 봉변(逢變)을 당했다고 느꼈음직 하다. 그 쌓이고 쌓인 앙금이 3월 31일 국립현충원 김대중 묘소 앞에서 터져나온 것이다.
 특히 ‘친노’와 동교동 간의 갈등은 2·8 전당대회에서 폭발했다. 친노 문재인 후보에 맞서 박지원 의원이 나섰는데 문 대표에게 3.5%포인트 차로 진 것이다. 경선 막판 친노측이 룰을 바꾸는 바람에 억울하게 졌다는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문 대표와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상임고문의 5일 회동이 전격 취소되고 말았다. 동교동계가 재보선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표가 권 고문에게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권 고문까지 ‘反(반) 친노- 반 문재인’ 분위기를 이기지 못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하다.
 동교동계 안에서는 광주에 출마한 무소속 천정배 전 의원의 당락을 주시하고 있다. 천 전 의원이 당선되면 ‘호남발 신당 창당’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천 전 의원은 2002년 민주당을 깨고 열린당을 창당하는 데 정동영 전 의원과 앞장섰던 인물이다. 동교동계의 주장이 도대체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정당인이라면 소속 정당을 돕는 게 도리다. 특히 ‘선거’에서는 그렇다. 그런데 동교동계는 ‘구원(舊怨)’을 앞세워 당 대표와 선거를 외면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행태다. 하긴 동교동계라는 낡은 유물(遺物)을 고수하는 것 부터가 정상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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