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특검이냐 특별수사냐
  • 한동윤
‘성완종 리스트’ 특검이냐 특별수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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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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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특검” 새정연은 일단 “검찰수사”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여당발 악재가 터질 때마다 ‘특검’(특별검사)을 들고 나오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성완종 리스트’라는 초대형 스캔들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거꾸로 새누리당에서 차라리 ‘특검’으로 가자는 주장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왜 이럴까?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지난 10일 오전까지도 새정연 최고위원 일부는 특검 도입과 특별감찰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긴급최고위원회의는 ‘특검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성수 대변인은 “검찰의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가 지금 할 수 있는 단계”라며 “진행상황을 보면서 요구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선 검찰수사, 후 특검’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새누리당도 당초 ‘검찰 수사 우선’이었다. 그러나 ‘야당이 요구하면 특검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14일 “검찰이 빠른 시간 안에 철저하게 수사해 결과를 발표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면서 “야당이 특검을 요구한다면 언제든지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이 수사를 하다 야당 관련 자료가 나오면 야당은 바로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할 것이고, 야당이 이완구 총리 사퇴나 직무 정지를 주장하는 것은 ‘살아 있는 권력’이 검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 아니냐. 그러니 차라리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 하에 특검으로 바로 가야 정쟁 소지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 역시 평화방송에서 “이 사건은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사건이고, 검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결과가 미흡하거나 국민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두번의 불필요한 절차를 반복하느니 차라리 칼을 한번 뽑았을 때 아주 말끔하게 (특검을) 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특검 직행론’이다. 보통 야당이 특검을 요구하고, 여당이 반대했던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새정연이 ‘특검’ 카드를 뽑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코앞에 다가온 4·29 재보선은 물론 멀리는 내년 국회의원총선과 2017년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대응이다. ‘성완종 리스트’가 전적으로 여권 실세들에 맞춰져 있고, 특히 ‘친박’ 핵심들을 타깃으로 한 이상 특검부터 꺼내들어 사건을 조기에 종료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가급적 성완종 스캔들을 길게 가져가야 야당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가 “여당 처지에서 이 사건이 길어질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금 국면을 조기에 끝내려는 계산이 (새누리당에) 있지 않나 싶다”라고 말한 것이 새정연의 속내다.
 이와 함께 ‘특검’을 실시하면 야당과 성완종의 관계까지 들춰낼지 모른다는 원려(遠慮)도 없지 않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캠프는 성완종 회장이 이끈 대아건설 측으로부터 대선자금 3억원을 수수한 전력이 있다. 뿐만 아니라 성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5월과 2007년 12월 두 차례나 사면을 받았다. 특히 2007년 사면을 받을 때는 성 회장 이름을 비밀에 붙여 뭔가 거래가 있었지 않나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검이 도입되면 이런 과거까지 들춰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는지 모를 일이다. 경남기업 비리를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임관혁)는 2007년 12월 노무현 정부 마지막 특별사면이 결정되기 직전 경남기업 관련 계좌에서 5000만~1억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모임 창당준비위는 특검 도입에 유보적인 새정연을 향해 지난 12일 “새정연, 뭐가 그리 무서워 ‘박근혜 게이트’ 특검요구 못하나”라는 성명에서 “겉으로는 ‘박근혜 게이트’에 대해 정치 공세를 취하는 시늉을 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친박계 불법정치자금 수수사건’으로 축소하면서 성역 없는 수사에는 미온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새정연이 특검 도입을 주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노무현 정권 때 성 회장의 두 차례 특별사면특혜 때문은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정윤회 의혹’, ‘김무성 수첩파동’ 등 사소한 사건에도 특검을 주장하던 새정연이 대형 비리에 특검을 요구하지 않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生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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