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물게 사심없는 분” 김기춘의 실체
  • 한동윤
“드물게 사심없는 분” 김기춘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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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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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에 ‘10만 달러’로 등장한 김기춘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박근혜 대통령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끔찍하게 챙겼다. 김 전 실장이 청와대인사위원장으로 인사실패를 되풀이 했고, 그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김기춘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굳세게 그를 지켰다. 그 하이라이트는 올 1월 12일 연두기자회견이다.
 박 대통령은 기자들이 김기춘 실장의 거취를 묻자 “김기춘 비서실장은 드물게 보는 사심없는 분이고 가정에 어려운 일이 있지만 자신에게 연연할 이유도 없이 (내)옆에서 도와줬다”고 강한 신임을 표시했다. 이어 “청와대에 들어올 때도 다른 욕심이나 그런 게 있겠나. 내가 요청하니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오셨으니 이미 여러 차례 사의도 표명했지만, 여러 당면 현안이 많아서 수습을 먼저 해야 하고 해서 이 일들이 끝나고 (거취를) 결정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당장 경질할 생각이 추호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외아들이 사경을 헤매는데도 흔들리지 않고 곁에서 돕는 김 실장에 대한 고마움이 짙게 배어 있다. 무한 신뢰다.
 그 김기춘이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처음엔 ‘10만 달러’로 등장했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2006년 10월 유럽을 방문할 때 박 대표를 수행한 김 전 실장에게 10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성완종 메모다. 국회의원 시절이다. 그러다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성완종을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 천하에 만나기 어렵다던 김 실장이 성씨를 서울 유명 한정식집에서 만난 것이다.
 김 전 실장은 애초 “비서실장이 된 다음엔 성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잡아뗐다. 그러나 ‘성완종 다이어리’에 김 실장 명단 사실이 확인되자 기존 해명을 뒤집었다. 그는 문화일보 전화통화에서 “착각했던 것 같다. (비서실장 때)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검사에 검창총장, 법무장관 출신의 김 전 실장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이다.
 김 전 실장은 경남기업 워크아웃 결정 6일 뒤인 2013년 11월 6일 용수산에서 성완종씨를 만났다. 당시 성씨의 경남기업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2012년 2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뒤 자금난이 심화됐다. 2013년 연말까지 2650억원을 상환해야 했지만 당장 조달 가능한 금액은 1300억원밖에 안 됐다. 결국 경남기업은 2013년 10월 29일 워크아웃을 신청, 31일 개시됐다. 성 씨는 파산 대신 워크아웃 결정을 위해 몸부림쳤다. 결국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결정이 나자 김 실장이 시내로 출두해 성씨를 만난 격이다. 김 실장이 경남기업 워크아웃 결정 이전인 2013년 9월에도 성 씨를 만났다는 의혹도 있다.
 김 전 실장의 외모는 싸늘한 게 특징이다. 법을 앞세워 치죄(治罪)해온 검사 기질이 몸에 밴 것이다. 그만큼 비타협적인 성격도 드러난다. 온정(溫情)이 부족한만큼 청탁이나 외압에 완강하게 저항할 것같은 인상도 줬다. 박 대통령이 “드물게 보는 사심없는 분”이라고 칭송한 것도 가슴에 와닿기도 했다.
 그러나 웬걸 김 전 실장은 ‘10만 달러’로 무너지기 시작해 성완종과의 두 차례 만남으로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던 수많은 ‘비리혐의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청와대를 물러 나온 뒤 개인전화를 모조리 차단했던 그가 ‘10만 달러’를 계기로 여기 저기 언론과 인터뷰하며 해명에 진땀 빼는 모습도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다.
 김 전 실장의 ‘추락’에 가장 놀랄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일 것이다. “드물게 보는 사심없는 분이고 가정에 어려운 일이 있지만 자신에게 연연할 이유도 없이 (내)옆에서 도와줬다”고 극찬한 결과가 ‘성완종 스캔들’ 주인공 등장이다. 정윤회 문건 유출이라는 결정적 실수,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 실패 등 무수한 실책에도 불구하고 곁에 붙들어 놓기 위해 여론과 싸운 박 대통령은 너무나 허망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2년 전  미국 방문 중 성추행 물의를 일으킨 윤창중 대변인에 대해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마음 속은 모른다”며 한숨을 쉬었다. 박 대통령의 한숨 소리가 더 깊고 길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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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2015-04-20 09:10:17
그리고 유럽을 가는데 달러화를 줬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 돈을 받았다면 굳이 본인 돈 600만원을 들여서 유로화로 바꿀 이유도 없지요.. 그리고 10년전 돈까지 메모하는 성완종 그 양반이 최근에 김기춘에 준 돈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2006년도에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설적으로 그 이후로는 김기춘에게 준 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그리고 돈 받는 사람이 밥값을 냅니까?

KIM 2015-04-20 09:05:53
글 내용이 대놓고 김기춘을 깎아내릴려고 악의적으로 쓴 글이군요..님은 몇년전 모임장소, 만난사람, 시간 다 기억하십니까? 전혀 기억 안 났다가 누가 그때 이렇고 저렇고 했잖아 하면 그때서야 아 하고 떠오른적이 한번도 없었나요?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사람이 아닌 이상 그 상황을 떠올릴만한 계기가 되면 그때서야 생각날때가 다반사입니다. 그리고 10만불도 선완종의 주장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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