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경영쇄신은 권오준 회장의 死卽生
  • 김호수
포스코 경영쇄신은 권오준 회장의 死卽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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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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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빨리 끝내고 정치권도 정신차려야

김호수 편집국장
[경북도민일보] 포스코는 지난 3월 ‘포스코특수강’을 4399억원에  세아베스틸에 넘겼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포스코가 특수강부문에 집중하려는 세아 측에 부랴부랴 넘긴 것이다. 포스코로서는 2011년 1592억원, 2014년 280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2014년 4분기와 2015년 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포스코특수강이 애물단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아특수강은 올 2분기 매출액 27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실적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포스코에서 적자였던 회사를 3개월만에 흑자로 전환시키는 놀라운 실적을 발표한 것이다. 포스코특수강을 팔아 4185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고 안도했던 포스코가 머쓱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포스코의 위기(危機)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포스코는 안팎으로 만신창이다. 전·현직 임원들이 검찰에 불려다니고, 비자금 조성과 은폐 의혹까지 터졌다. 수익구조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570억원으로 전년 1조3550억원 대비 절반 이하로 하락했다. 권오준 회장이 전력투구한 철강사업부문 순이익도 2013년 1조4490억원에서 지난해 8570억원으로 41% 감소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부실계열사 문제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그룹차원에서 유상증자로 2900억원 가량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적자에서 허덕이고 있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영업손실 1891억원, 당기순손실 2797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 사상 첫 희망퇴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계열사에 대한 지원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해외 철강사업도 부진하다.
 권오준 회장의 경영쇄신안은 이처럼 ‘벼랑 끝’에 놓인 포스코를 되살리겠다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다. 사실상 포스코를 ‘재구성’하는 획기적인 내용이다. 골자는 ‘슬림(Slim)화’다. 현재 47개의 국내 계열사와 181개의 해외 연결법인 가운데 국내 계열사는 절반 수준, 해외 사업은 30%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2년 뒤 포스코 국내 계열사는 22개, 해외 연결법인은 117개 정도로 줄어든다. 당장 올 연말까지 10개 정도의 계열사가 사라진다. 포스코에는 철강을 중심으로 한 소재·에너지·인프라·트레이딩 등 4대 핵심 분야만 남는다.
 포스코 혁신의 현실적 충격은 대규모 임원 감축이다. 권 회장은 포스코P&S, 포스코엠텍, SNNC, 포항스틸러스, 포스코AST 대표 등 계열사 대표 7명을 포함해 임원 25명의 사표를 수리했고, 18명의 임원은 징계 조치했다. 사표가 반려된 대표들 역시 올해 말까지 한시적 재신임일 뿐이다. 권오준 회장이 ‘벼랑끝’에서 뽑아든 구조조정 칼날이 매섭다.
 권 회장의 포스코 쇄신은 일단 그 방향이 옳다. 또한 전망도 밝다. 올 상반기 포스코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400억원 증가했다. 다만 연결 기준으로 볼 때 영업이익이 1500억원 감소했다. 철강을 중심으로 한 포스코의 경쟁력은 확고하다는 증거다. 특히 지난해 3월 취임한 권오준 회장이 취임하면서 내세운 ‘혁신 포스코 1.0’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인 에비타(EBITDA)가 연결기준 6조5000억원으로 당초 목표인 6조2000억원을 넘어섰고, 부채를 늘리지 않고도 3조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재무건전성도 좋아졌다. 따라서 부실계열사 정리와 구조조정을 통해 계열사 부실이 그룹 전체로 확대되는 것만 막으면 포스코 경쟁력은 얼마든지 회복될 수 있다.
 문제는 포스코의 경영혁신에 포스코가 오늘 왜 이지경이 됐는지에 대한 성찰(省察)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뀌면 외압에 의해 경영진이 교체되고, 새로 들어선 경영진은 정권 눈치를 보며 각종 이권(利權)으로 비위를 맞추고, 비전문가들을 받아들인 결과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포스코의 혁신과 재구성은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과 자생에서 출발해야한다. 이야말로 오래된 명제(命題) 아니던가?
 권오준 회장의 등장으로 포스코 재창조 기회가 마련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스코 역사상 시장(市場)이 동의한 최초의 CEO가 권오준 회장이다. 권 회장은 정치권의 그 어떤 외압보다 막강한 ‘시장’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다는 소리다. 권 회장의 경영쇄신이 구조조정과 핵심전략 재조정같은 경영차원을 뛰어 넘어 포스코의 역사를 새로 쓸 기회로 승화되기를 바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권회장의 ‘사즉생’ 각오로 포스코는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 권 회장의 경영혁신이 성공하지 못하면 포스코의 미래는 어둡다. 그건 국가경제 전반에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남은 것은 포스코의 경영쇄신이 성공하도록 사회 각계가 돕는 것이다. 무엇 보다 장기화된 포스코 임직원에 대한 수사를 조기 종결짓는 것이다. 전직 최고 CEO들이 검찰에 드나들면서 포스코의 대외신인도는 추락을 거듭해왔다. 검찰도 국민기업 포스코의 회생을 도울 의무가 있다. 포스코 회생의 키는 정치권이 쥐고 있다.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겨 인사에서부터 계열사 이권까지 싹쓸이하는 못된 풍토를 끝내야 한다. 권오준 회장에게 그 사명이 쥐어져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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