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재칠시
  • 정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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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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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불교경전 잡보장경(雜寶藏經)은 121개의 짤막한 설화모음이다. 선행을 장려하고 악행을 징계한다는 권선징악의 불교교리를 주제로 한 인연담(因緣譚)인 거다. 이 불경에 무재칠시(無財七施) 이야기가 들어 있다. 가진 바 재물이 없어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보시(布施) 일곱 가지를 일러 준다. 반드시 재물이 아니어도 깨끗한 마음으로 아낌없이 다른 사람에게 베풀 만한 것을 일곱 가지는 가졌다는 가르침이 매 기억해둘 만하리라. 
 하나는 안시(眼施). 사람을 대하는 부드럽고 따뜻한 눈빛이다. 둘은 화안열색시(和顔悅色施)니 자비로운 미소로 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말한다. 셋은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로 남을 대하라는 것, 곧 언사시(言辭施)다. 넷은 몸가짐을 바르게 하여 사람을 대하고 노력(勞力)으로 남을 도우라는 신시(身施)다. 다섯은 심시(心施). 어진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라는 것이며, 여섯은 상좌시(床座施)로 자리든 순서든 양보를 하라고 가르치는 말이다. 마지막은 찰시(察施)니 굳이 묻지 말고 헤아려 도와주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 일곱 가지를 행하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부처님의 말씀은 다른 종교에도 있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데 반드시 재물이 요구되는 건 아니다. 어짊(仁)이야말로 모든 덕의 기초이자 삶의 최고 가치라고 했던 공자의 가르침을 따르는 데에 돈이 드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기쁜 일에나 슬픈 일에나 마음을 나누고 힘껏 봉사하며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양보하고 사는 것, 행복은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을까.
 최상하 전 영일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은 퇴직한 이래 벌써 2년 넘게 포항 남구 송도송림에서 쓰레기를 줍는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두 시간 정도씩 쓰레기 봉지 4~5장 분량의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는 이 분이 한 말이 ‘무재칠시의 실천’이었다. 한낮 기온이 삼십 몇 도를 오르내리는 요즘이다. 솔밭 그늘에 편히 쉬고 있어도 힘들 79세의 나이와 쓰레기 봉지를 메고 땀방울 흘리며 온화한 미소를 짓는 그 무재칠시의 의미를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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