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해도 외롭다는 마음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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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해도 외롭다는 마음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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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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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숙, 국내 초연작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초상’
주인공 여류 시인 역 맡아 화제

“시를 써도, 연애를 해도 외롭다고 말하는 이 여자의 마음이 공감됐어요.”
연극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초상’에서 주인공인 러시아 여류 시인 마리나 츠베타예바를 맡은 배우 서이숙은 최근 인터뷰에서 “나도 연극이 끝난 뒤 밀려오는 외로움을 어찌할지 모를 때가 있다”면서 한 세기 전에 이국 땅에서 살다간 낯선 여류 시인을 연기하는 기분을 이같이 표현했다.
지난달 28일 막을 올린 연극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초상’은 20세기 러시아에서 가장 문학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시인 마리나 츠베타예바를 소재로 한 국내 초연작이다.
생전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러시아 혁명 속에서 딸은 굶어 죽고 남편은 간첩 혐의로 사형당하는 고통을 겪은 마리나 츠베타예바가 불운 끝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 과정을 담았다.
생소한 인물에 대한 다소 난해한 내용의 연극임에도 배우 서이숙(48·사진)이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는 소식에 이 작품은 대학로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최근 KBS 2TV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나말년’ 역으로 대중에 얼굴을 각인시킨 그는 “스케줄이 없으면 연극을 해야 한다”면서 드라마가 끝난 뒤 곧바로 연극무대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나도 이번에 마리나 츠베타예바라는 인물을 처음 접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잘 모르는 인물이지만 예술가가 느끼는 그 외로움을 알기에 공감이 간다”는 말도 같이했다.
 “부르주아로 큰 저택에 하녀를 거느리고 살면서 시만 쓰던 여인이 혁명으로 한순간에 모든 걸 빼앗기고 하루 일해 먹고 사는 노동자로 전락하지요. 그러면서 시를 쓰면서도 외롭고, 연애를 하면서도 외롭다고 말해요. 전 그 말이 너무 공감이 가요. 저도 공연이 끝난 뒤 허탈감과 외로움을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거든요. 아마 예술하는 사람들은 다 공통으로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내 안의 모든 것을 소진하고났을 때의 외로움, 새로운 걸 하기 위한 충족되지 않는 외로움이죠.”
 그는 러시아 혁명이라는 역사적 배경도 우리나라의 현대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석했다. 혁명기 예술가에게 체제 유지에 필요한 글을 쓰라고 강요하던 당대의 모습이 우리나라 일제 강점기와 비슷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혁명 속에서 가장 탄압받는 게 예술인이다. 우리나라도 일제 치하에서 많은 문인이 붓을 꺾지 않았느냐. 마리나 츠베타예바는 끝내 순응하지 않고 죽음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서도 그는 “예술가이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며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리나 츠베타예바는 주도적으로 선택했습니다. 사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예술가적인 감수성을 갖고 살기가 어려웠을 거에요.”
 1989년 극단에 들어간 뒤 30년 가까이 연기를 했음에도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삶과 결국은 시를 위해 자신을 버리기로 결심하는 과정을 한정된 시간 안에 풀어 전달하는 게 어렵다고 서이숙은 말했다.
 그는 “관객들이 저 여자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한번 생각해볼 여지만 남겨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걱정과 달리 정작 개막 후 관객들은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정극 연기에 반가워하는 모습이다.
 TV나 영화에선 개성있는 조연으로 주로 등장하는 그이지만 연극계에선 이름이 널리 알려진 주연급 여배우다.
 그는 방송과 연극의 차이에 대해 “방송이나 연극이나 별 차이 없다. 배우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의 차이일 뿐”이라며 “어디서든 다 배울 점이 있다. 그렇게 끊임없는 연기를 통해 삶을 숙성시키고 그 숙성된 삶을 무대에서 펼칠 수 있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야 겉핥기가 아니라 내면을 좀 채워서 맡은 인물을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별 것 아닌 움직임에도 응축된 삶이 나오는 그런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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