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에 날세운 박지원, 왜?
  • 김용언
김만복에 날세운 박지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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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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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노무현 정권 때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김만복씨가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상시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핫라인이 뚫려 있었다”는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그는 중앙 일간지 인터뷰에서 “기밀사항이지만 핫라인은 24시간 가동됐고, 핫라인과 연결된 우리 측 전화기 벨이 울리면 김정일 위원장의 전화였다”며 “그 라인을 통해 북측이 불만도 많이 표출했고 오해라는 설명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장 재임 중의 기밀을 상습 누설하는 그에 대해 국정원은 현행 국정원직원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키로 했다. 자신의 발언으로 논란이 벌어지자 김 씨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있었지만 두 정상이 직접 통화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두 정상 간의 의사가 쉽게, 즉각 교환될 수 있는 라인이 있었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앞서 두 차례나 국가기밀 누설로 검찰 조사를 받기까지 했다.
 그런데 김 씨의 ‘노무현-김정일 핫라인’ 발언 직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갑자기 김 전 원장을 향해 “불필요한 발언을 계속하면 (내가) 밝힐 것을 밝히겠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김 전 원장이 ‘노무현-김정일 핫라인’을 언급했는데 왜 박 의원이 김 전 원장에게 “밝힐 것은 밝히겠다”고 으름장을 놨을까? 더구나 박 의원은 “김대중 정부에서 (남북 핫라인이) 청와대에 없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에 있었던가 여부는 저는 잘 모릅니다”라고 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노무현-김정일 핫라인’ 발언에 발끈한 것일까?
 그 이유가 밝혀졌다. 뉴데일 리가 5일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회고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대북 성과를 폄훼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야권에 소란이 일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김 전 원장은 노무현정권 말기인 2006년 11월부터 2008년 2월까지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직하면서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10·4 공동선언에 관여했다. 그는 지난 4일 이재정 전 통일장관,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정책실장 등과 함께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이라는 회고록을 펴냈다. 이 책에서 김 전 원장이 김대중-김정일의 6·15 공동선언을 폄훼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전 원장은 회고록에서 북한 김정일의 입을 빌려 “6·15 공동선언은 그저 상징화된 빈 구호가 되고, 빈 종이, 빈 선전갑”이라고 지칭했다. “좋은 거 하나 내자고 자꾸 독촉을 해서 6·15 공동선언”이라는 표현도 들어갔다. 박지원 의원이 아니라 동교동계가 발칵 뒤집힐만 하다.

 회고록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송금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대목도 포함됐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발의한 대북불법송금 특검을 받아들였고, 김대중 정부의 핵심들이 구속됐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박지원 의원이다. 특검팀은 현대그룹이 대북 7대 사업권 구입 명목으로 4억5000만 달러를 북한 정부에 불법송금했고, 그 중 1억달러는 정부의 정책지원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 의원은 2000년 6월 제1차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었으며 DJ를 수행해 방북했다.
 김 전 원장이 김정일의 입을 빌려 “6·15 공동선언은 그저 상징화된 빈 구호가 되고, 빈 종이, 빈 선전갑”이라고 회고록에 지칭하자 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6·15 선언을 빈 선전갑 등으로 폄훼한 것은 DJ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참여정부가 대북송금특검으로 남북관계를 악화시켰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역사”라고 비난했다. 그는 “왜 지금 이 순간 6·15와 DJ를 폄훼하는가”라며 “혹시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흥분했다.
 박 의원은 지난 1월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새정련 대표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노무현 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신장투석을 시작했고, 자신도 눈을 잃었다며 강하게 비난한 사실이 있다. 그런 상처가 있는데 노무현 시절 국정원장 출신 김 씨가 다시 김 전 대통령과 6·15 선언을 비난했다며 박 의원이 발끈한 것이다.
 박 의원은 5일 오전 모 방송에 출연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재임 때 이명박 당선인을 찾아가서 한 언행에 대해서 제가 잘 알고 있다”고 뭔가 일고 있음을 암시했다. “(김 전 원장이) 불필요한 발언을 계속하면 내가 밝힐 것을 밝히겠다”고 공개 경고한 직후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각 한 차례씩 북한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랬던 구 정권 핵심들이 그 성과를 둘러싸고 각을 세우고 있다. 그런 모습이 보기 좋지도 않지만 국민이 진정 알고 싶은 것은 진짜 김정일이 “6·15 공동선언은 그저 상징화된 빈 구호가 되고, 빈 종이, 빈 선전갑”이라고 했느냐는 것이다. 또 “좋은 거 하나 내자고 자꾸 독촉을 해서 6·15 공동선언”이라는 김정일의 발언도 사실인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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