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 스님도 마을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 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키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최순우/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학고재)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평생 관찰하고 사랑하고 속삭였던 분, 70년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길게 역임한 혜곡 최순우(1916~1984) 선생은 생전에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을 두고 우리 민족이 보존해온 목조건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라고 아낌없이 찬탄했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 봐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는 표현이야말로 부석사를 한국 최고 보물의 하나로 꼽은 평어일 것이다.
11월의 첫 주말을 맞는 지금 영주 부석사 곳곳에는 오색 단풍이 가을정취를 한껏 풍기고 있다는 현지 발 보도다. 특히 부석사 은행나무 숲길의 명성이 널리 알려진 까닭에 그걸 즐기려는 발길이 평일엔 4000여명, 주말엔 1만5000여명이 북적인단다. 유서 깊은 신라고찰로, 이름 있는 건축물과 아스라이 펼쳐지는 태백산맥 줄기 경치만이 아니라 가을단풍의 명소로도 부석사는 ‘짱’이라는 자랑이다. 게다가 요즘 일주문 밖 들머리 사과밭에 붉게 주렁주렁한 열매들도 장관일 테다. 방랑시인 김삿갓도 백발이 다 된 뒤에야 올랐다며 탄식했던 부석사! 이런 절경은 찾아가기가 좀 힘들어도 그저 보고 즐기는 사람만이 속된 말로 장땡 아니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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