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유력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모든 무슬림 미국 입국 금지’ 발언은 충격적이다.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가 여론조사에서 다른 공화당 후보들을 압도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트럼프는 성명을 통해 “미국은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는 지하드(이슬람 성전) 신봉자들의 참혹한 공격의 희생자가 될 수 없다”며 무슬림 입국을 전면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에 대해 백악관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며 공화당 대선 주자들에게 “트럼프가 만약 후보로 지명되더라도 이를 거부할 것을 당장 선언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트럼프의 발언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한 것으로 우리 당이추구하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심지어 영국과 프랑스 정부까지도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그의 발언이 분열적이며 또 다른 증오를 부추길뿐이라고 비판했다.
국내외의 거센 비판에도 트럼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지어 한 방송 인터뷰에서는 “내가 지금 하는 일은 FDR(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1941년 일본군이 진주만을 공습한 직후 11만명 이상의 일본계 미국인들을 수용소에 격리했던 조치를 거론한 것이다.
그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주장을 잇달아 내놓는 것은 돌출적 성향 탓도 있겠지만 미국 내 테러 공포증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으로 무슬림 공포심과 혐오감을 극대화해 두려움에 떠는 미국인들의 표심을 얻어보겠다는 것이 그의 계산속인 듯 하다. 하지만, 정치지도자가 극단적 언사로 대중을 선동해 사회 전반에 증오와 적대감을 확산시킬 경우 그 종말이 어떠했는지는 굳이 히틀러를 거론치 않더라도 역사가 증명한다.
무엇보다 서구의 이슬람 혐오주의 확산은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국가’(IS)가 원하는 것이다. IS는 서구에 사는 무슬림으로 하여금 ‘이슬람 신앙을 포기한 채 서구에 사는 것과 IS에 합류하는 것’ 사이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
트럼프의 발언은 온건한 무슬림까지도 ‘외로운 늑대’로 만들 소지가 크고 자생적 테러의 위험을배증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트럼프와 그의 추종자들은 미국이 여러 민족과 인종이 화합하고 함께함으로써 위대한 국가가 됐다는 사실을 잊은 채 오로지 선거 승리에만 골몰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인종차별과 특정 종교 혐오증은 그들의 터전인 미합중국의 존립기반을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끝내는 그의 선거에도 자충수가 될수 있음을 트럼프가 지금이라도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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