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5세 어린이에게 국가가 공정한 교육 기회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시행해 온 누리과정이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교육청간 예산분담 문제 때문이다. 5세 누리과정이 2012년 시작됐고, 3~4세 누리과정이 2013년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니 불과 5년도 채 안 된 제도가 정착도 되기 전에 와해에 가까운 진통을 거듭 겪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안착은 커녕 제도의 취지조차 사그라드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누리과정 예산으로 3000억원을 우회지원 형태로 반영했다. 내년에 전국적으로 누리과정 지원에 필요한 예산액이 대략 2조1000여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1조8000억원이 부족한 액수다. 상당수 시·도 교육청은 이에 반발해 내년 예산안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반면에 거의 모든 교육청이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전액 편성했는데, 이는 유치원의 경우는 지방교육청의고유사무 영역에 해당한다는 해석에 따른 것이다.
법률과 시행령의 불일치가 이런 혼돈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부 시·도 의회는 교육청이 편성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마저 ‘어린이집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전액 삭감하는 조치를 취했다.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갈등은 출범 때 이미 잉태된 상태였다. 당초 누리과정 소요재원은 2013~2014년 첫 2년간은 기존의 국고·지방비와 대상확대에 따른 추가증액부분에 대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며, 2015년부터는 모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키로 했다.
그러나 2015년도 예산편성과정에서 교육부가 신청한 누리과정예산 2조2000억원을 예산당국이 반영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누리과정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세수감수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사정 때문이다.
제도 도입 당시 교육부는 교부금이 꾸준히 증가해 추가 부담없이 누리과정 지원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후 경제상황이 바뀌면서 당초 설계에결함이 생긴 것이다. 올해의 경우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우회지원방식으로 일단 사태를 봉합한 바 있다. 그러나 그야말로 미봉책이었기 때문에 내년 예산을 둘러싸고 문제가 재발한 것이고 구조적으로 해결방안을 만들지 못한다면 해마다 같은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당장 며칠 뒤면 2016년이 된다. 상당수 지역에서 예산도 없이 누리과정 교육이 진행돼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누리과정이곧바로 중단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아이행복카드’ 결제와 신용카드사 대금 정산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에 시차가 있어 기술적으로는 적어도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있다. 만일 그 기간 안에 해결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보육대란을 피할 방법이 없어보인다. 지금은 중앙 정부와 시·도 교육청의 정책적 지향성의 차이 때문에 해결을 미룰 때가 아니다. 그럴 여유가 없다. 예산문제에 국한해서 문제를 본다면 해결책은 찾아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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