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처럼
  • 김용언
기러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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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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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누구를 가릴 것 없이 스마트폰과 더불어 바쁜 연휴기간을 보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시도때도 없이 신호음을 보내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매달려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해가 시작되는 시점이니 당연히 넉넉한 덕담과 흐뭇한 기원(祈願)들이 샘솟듯 했을 것임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요즘은 신년 덕담도 진화해서 한두 마디로 그치질 않는다. 음악에 동영상까지 곁들여 그야말로 입체감을 즐기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받아봤을 이어령 씨의 소원시(所願詩)가운데 군데군데 몇 대목만 추려본다. “ 벼랑끝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덕담 대신 날개를 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까. … 싸움밖에 모르는 정치인들에게는 비둘기의 날개를 주시고 … 남남처럼 되어가는 원앙새의 깃털을 내려주소서 … 이 사회가 갈등으로 더 이상 찢기기 전에 기러기처럼 나는 법을 가르쳐주소서. 소리를 내어 서로를 격려하고 선두의 자리를 바꿔가며 대열을 이끌어간다는 저 신비한 기러기처럼 우리 모두를 날게 하소서.”

 영단어 `honk’는 `기러기의 울음소리’ 또는 `(구형) 자동차의 경적소리’를 뜻한다. 기러기가 약 먹은 물고기로 배를 채운 것도 아닐 텐데 무슨 울음소리가 honk처럼 들리느냐고 서양사람들 귀를 탓하며 킬킬거린 일도 있긴 하다. 중요한 것은 honk가 아니라 기러기의 비행술이다. 선두를 중심으로 두 줄로 삼각편대 비행을 하는 기러기의 비행술이야말로 사람이 배워야할 협력의 상징이기도 한 때문이다. 맨 앞에서 무리를 이끌던 새가 지치면 뒤로 빠지고 임무를 교대한다. 뒤를 따르는 새들은 앞 새가 일으키는 기류를 타며 체력소모를 줄인다. 낙오하는 새가 있으면 반드시 한 마리가 함께 육지에 내려 돌보아주며 행동을 같이한다.
 정치권이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여당은 무기력하고 야당은 사분오열(四分五裂)됐다.  “기러기처럼 날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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