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할 일 ‘면세점’ 뿐인가  
  • 한동윤
재벌 할 일 ‘면세점’ 뿐인가  
  • 한동윤
  • 승인 201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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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면세점(免稅店). 해외 유명브랜드 제품을 세금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곳이다. 이른바 ‘명품매장’이다. 해외명품을 수입해 진열만 하면 현찰을 만질 수 있는 현금장사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성이나 생산성은 거의 없다. 그런 면세점 사업에 내로라하는 재벌들이 달려들었다. 마치 벌떼처럼.
 화약(火藥)으로 일어선 한화그룹이 그룹의 상징인 여의도 63빌딩을 면세점 터로 내놓았다. 1위 삼성그룹의 신라호텔과 현대산업개발이 면세점으로 손을 잡았다. 롯데, 신세계그룹도 마찬가지다. 아모레퍼시픽도, 두산그룹도 내국인 호주머니를 터는 면세점 특허 취득에 집착하고 있다.
 관세청은 오는 6월 1일까지 서울지역(3곳)과 제주지역(1곳)에 시내면세점 신청을 받는다. 서울지역 시내면세점에 대한 허가는 15년 만에 처음이다. 이 가운데 2곳이 대기업에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는 7월이나 늦어도 8월초에 나온다. 2곳의 시내면세점을 놓고 재벌들  사이에 인정사정없는 경쟁이 시작됐다.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사업을 준비 중인 현대산업개발은 이미 면세점을 운영 중인 호텔신라와 손잡았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HDC신라면세점)을 설립하기로 하고 4월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그런데 현대가의 일원인 현대백화점그룹이 서울 강남 무역센터점 2개층을 면세점으로 꾸미겠다고 발표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은 5촌지간이다. 시내면세점을 두고 혈육들이 힘겨운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 셈이다.
 신세계그룹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동생 이명희 회장이 지배하는 곳이다. 이 회장 아들 정용진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호텔신라는 이부진(44) 사장이 최고경영자다. 이건희 회장의 장녀이자 정용진 부회장의 외사촌이다. 결국 이번 시내면세점 입찰에선 사촌이 동지가 아닌 적이 된 셈이다.

 지난해 전국 43곳 면세점 매출은 8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1.6% 증가했다. 호텔이 본업인 호텔롯데 전체 매출에서 호텔사업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한 반면 매출의 85% 가량은 면세점에서 나온다. 호텔신라도 전체 매출에서 면세점 비중이 90%나 된다. 면세점에 목숨걸고 덤비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재벌들이 시내면세점에 벌떼같이 달려드는 것은 중국관광객 때문이다. 현재 전체 외국인 방문객 10명 중 4명(43%) 이상이 중국인이다. 지난해 중국인 613만명이 한국을 찾았다. 중국인 관광객 1인당 쇼핑지출액은 1431달러로 미국인(344달러)이나 일본인(340달러) 관광객의 4배가 넘는다. 이런 ‘큰 손’이 찾는 곳이 시내면세점이다.
 만약 중국인 관광객이 줄거나 발길을 끊으면 면세점은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 실례가 하와이다. 1980년대 하와이는 일본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이 많이 찾는 국제적인 휴양관광지였다. 하와이가 거둔 관광수익 중 절반이 아시아 관광객으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1980년 대 중반 일본에 장기불황이 덮쳤다. 하와이가 직격탄을 맞았다.
 해마다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하와이 경제성장률은 1990년대 중반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했다. 2%대의 낮은 실업률도 미국 본토보다 높아졌다. 면세점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바로 이 때다.
 지난 7월 메르스 공포가 전국을 휩쓸었다. 인천공항은 물론 전국 면세점이 파리를 날리기 시작했다. 중국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6월 8일~7월 12일 롯데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 매출 감소율은 50%에 이르렀다. 호텔신라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한달 매출이 작년 동기의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내국인 비중은 같은 기간 25%에서 40%로 크게 뛰었다. 외국인 주머니를 노려야 할 면세점이 내국인들의 지갑을 턴 것이다.
 면세점은 재벌들이 나설 사업이 아니다. 재벌들은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사업에 뛰어 들어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한화, 두산, 롯데, 현대산업개발 같은 대기업이 해외명품이나 들여와 장사해봐야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이 얼마나 되겠는가. 고작 고용을 통한 일자리 뿐이다. 전국이 재벌들의 면세점 전쟁터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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