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J.프레베르는 달팽이를 소재 삼아 ‘절망이 벤치 위에 앉아있다’는 시를 썼다. “낙엽의 장례식에 / 달팽이 두 마리가 가네/ 검은 껍질을 쓰고/ 뿔 옆에는 검은 상장(喪章)을 달고/ 저녁나절에 / 몹시도 아름다운 가을 저녁에/ 그들은 가네/ 오호라 도착해보니/ 벌써 때는 봄/ 죽었던 나뭇잎들이 / 모두 소생했으니/ 두 마리 달팽이는 / 너무도 낙담했네/ ….”
달팽이에게 속도를 기대하는 것은 차마 못할 일이다. 오죽하면 낙엽 장례식에 참석하려고 길을 떠났는데 어느새 봄이 왔을 것인가. 그래도 달팽이가 믿을 것은 눈달린 더듬이와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집이 아닐까 싶다. 남들이 보기엔 우스꽝스럽고 허술한 집이다. 그러나 달팽이에겐 5성급 호텔 부럽지 않다. 그 덕분에 눈보라 속에서도 얼어죽지 않고 봄까지 강행군할 수 있었을 게다 싶어진다.
강약(强弱)이 부동(不同)이라고 한다. 힘에 밀리니 경북도개발공사는 울며 겨자 먹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겠다. 공사로서는 집을 짊어지고 다니는 집달팽이가 부럽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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