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카페·아틀리에… 그녀들 쓰고 또 쓰다
  • 이경관기자
정원·카페·아틀리에… 그녀들 쓰고 또 쓰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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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작가 35인 작업실 담아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글쓰기는 오롯이 ‘나’ 혼자 수행해야 하는 고독한 작업이다.
 문장은 자신만의 고민과 몰입의 공간에 스스로를 거세게 몰아붙여야 나오는 고통의 산물이다.
 글을 쓰는 과정은 작가에게 비견할 수 없는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통스러울 만큼 치열한 번민을 안겨주기도 한다.
 작가 ‘타니아 슐리’가 쓴 책 ‘글쓰는 여자의 공간’은 35인의 여성 작가들이 창작의 희열과 고통을 느끼며 작품을 탄생시킨 그 은밀한 공간들을 살피고 있다.
 “글을 쓰는 장소는 경우에 따라 피난처나 낙원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지옥이 되기도 한다. 어떤 책상에 앉으면 편안함을 느끼며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어딘가에선 자기 회의에 빠져 글을 쓰지 못하거나 자기 파괴적인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다.”(22쪽)
 작가에게 작품을 쓰는 환경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여기에는 글을 쓰는 공간뿐 아니라 도구, 소리, 시간, 자세, 분위기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모든 요소들은 작가에게 영감을 주며, 어떤 경우에는 작품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타니아 슐리는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여성 작가들이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글을 썼는지를 다양한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또한 집필 공간에 대한 묘사에서 그치지 않고, 작가에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곁들이며 그녀들의 인생을 추적해감으로써, 책 속의 모든 작가에게서 매력을 이끌어낸다.
 글을 쓰기에 적당한 환경은 어디일까?
 반드시 작가가 아니더라도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던져봤을 질문이다. 글을 쓰는 시간을 정해놓아야 할까, 아니면 아무때나 쓸까? 정해놓아야 한다면 이른 아침이 좋을까, 늦은 밤이 좋을까? 적당한 소음이 있는 공간이어야 할까, 조용한 분위기여야 할까? 등.

 미국의 소설가 캐서린 앤 포터의 답을 빌리면, 그것은 ‘다분히 개인적인 문제’로 사람마다 ‘각기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
 호텔방을 전전하며 왕성하게 글을 생산해낸 도로시 파커, 공공장소를 주된 생활공간으로 삼아 카페에서 글을 쓴 시몬 드 보부아르, 침대에 맞춤 책상을 올려놓고 글을 쓴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에 이르기까지, 여성 작가들은 처한 환경이나 성격 등에 따라 다양한 공간들을 선택해왔다.
 “그녀는 이 인터뷰에서 새벽 4시부터 글을 쓰는 이유를 밝혔다. 처음 글을 쓰던 시절엔 두 아들이 어렸기 때문에, 방해받지 않고 글을 쓰려면 새벽 시간밖에 없었는데, 이 습관이 후일 혼자 살게 되었을 때도 지속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녀에게는 새벽 해 뜨기 전이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124~125쪽, 토니 모리슨)
 우리가 ‘작가’라고 부르는 이들은 자기에게 적합한 공간을 찾아내 그곳에 자기 몸을 애써 밀어넣은 사람들인 것이다.
 타니아 슐리가 그냥 작가가 아닌 여성 작가에 집중한 이유는 과거에 많은 여자들이 글을 쓸 때 부딪혔던 열악한 현실 때문이다. 여자들이 글을 쓴다는 것은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게 그들의 의무였던 시절엔 가당치 않은 일이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역설한 ‘자기만의 방’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여성 작가들 중 많은 수가 글쓰는 환경으로 새벽의 부엌을 택한 것도 이러한 시공간적 제약 때문이다. 책에 등장하는 많은 공간들은, 여성 작가들이 겨우겨우 찾아낸 곳들이다.
 이 책은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유명 작가들과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함께 포함해 눈길을 끈다.
 타니아 슐리는 이 책에서 작품 해석 대신, 여성 작가들이 어디서 어떻게 글을 썼는지를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그들에게 또 그들의 작품에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여성 작가들이 찾은 ‘자기만의 방’은 오롯이 자신의 감정을 풀어놓을 수 있는 그들에게 유일한 세상과의 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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